"삼성, 세계최대 美고객 확보.. TSMC 따라잡을 기회"

박순찬 기자 2022. 5. 2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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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반도체동맹' 한국이 얻는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22일 방한(訪韓) 사흘간 ‘세일즈 외교’를 톡톡히 했다. 미 백악관은 20일(현지 시각) 바이든 대통령의 첫 방문지였던 ‘삼성 반도체 공장 방문’에 대해 텍사스 테일러시에 지어질 삼성 공장의 모델(model)이라고 설명하며,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자국 내 표심을 공략했다. 동시에 ‘한·미 기술동맹’을 통해 핵심 안보 물자로 떠오른 반도체의 안정적 확보도 꾀했다. 동맹 파트너로 부상한 한국 반도체 업계는 안정적인 고객처와 반도체 원료·장비 확보라는 ‘실리(實利)’를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美 고객·장비 안정적 확보 노려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가장 먼저 취할 수 있는 이점으로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고객 확보’를 꼽았다. 미국은 세계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톱10 중 6곳을 보유한 ‘설계 강국’이자, 한국 반도체의 핵심 고객이다. 이 설계 기술이 바탕이 되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일감은 세계 1위 대만 TSMC에 대부분 쏠려있다(점유율 52.1%). 후발 주자인 2위 삼성전자(18.3%)는 이들 고객을 대거 끌어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 공장 방문 때 선보인 세계 최초 ‘3나노 기술’을 발판 삼아 TSMC를 따라잡겠다는 게 삼성의 목표다.

박재근 한양대 교수(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반도체 동맹을 바탕으로 TSMC에 쏠린 미국 고객사들을 유치해 삼성 파운드리 사업을 키워야 한다”며 “이번 방문에 파운드리 업계 최고 고객인 퀄컴이 동행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도 “TSMC는 창업자가 최근 미국의 잇단 요구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등 갈등 요소가 있는데 이런 상황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반도체 업계에선 ‘수퍼 을(乙)’ TSMC에 대한 고객사들의 불만이 높은 상황이다. 반도체 동맹을 발판 삼고, 신기술과 안정적인 수율(收率·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을 서둘러 확보해 미 고객을 사로잡는 것이 삼성의 과제다.

한국이 다음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이득은 ‘반도체 장비와 원료의 안정적 확보’다. 미국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같은 핵심 장비 기업을 갖고 있다. ‘세계 톱 장비 업체’로 꼽히는 네덜란드 ASML도 미국 기술을 바탕으로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 등 첨단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미국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핵심 장비는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국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특정 국가의 반도체 생산을 멈춰버릴 수 있다”며 “동맹을 통해 안정적인 장비 공급을 약속받는 것만 해도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특히 핵심 전장(戰場)인 2~3나노 초미세 공정 경쟁엔 TSMC뿐 아니라 미국 인텔까지 뛰어들었기 때문에 한국은 장비 확보가 더 힘겨워졌다. 안기현 전무는 “현재 한국은 반도체 장비 공급 우선순위에서 세계 1위인 TSMC, 미국 기업인 인텔에 밀리는 3등”이라며 “장비 공급망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번 동맹을 계기로 장비를 우선 공급받으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1일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는 개리 디커슨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CEO, 티머시 아처 램리서치 CEO 등 주요 장비 업체 대표가 참석했다.

◇“中 고려하면, 득실 따지기 쉽지 않아” 의견도

이번 방한이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한국 투자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 3위 반도체 업체 미국 램리서치가 최근 경기도 용인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연 것과 같은 식의 투자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번 행사에서 “미국의 첨단 소재·장비·설계 기업들이 한국 투자에 큰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미·중 기술 갈등을 배경으로 한 한·미 반도체 동맹에서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의 천문학적인 미국 현지 투자 발표와 달리, 미국 기업의 투자나 기술 지원은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냉정한 시각도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손을 잡으며 얻는 이익도 있겠지만 중국에서 손해를 보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득실을 따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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