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들어내자 관객이 엑스터시를 경험했다"

박돈규 기자 2022. 5. 2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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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맨 그룹' 연출가 마이클 다렌 인터뷰
세계 25국 3500만명이 본 비언어극 흥행작
‘블루맨 그룹’은 이렇게 온통 파랗게 분장한 블루맨 3명이 말 한마디 없이 소리와 비주얼로 무대를 채우는 비언어극이다. 관객은 언어 이상의 것을 전달받고 또 느낄 수 있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파란 물감을 뒤집어쓴 그들이 온다. ‘블루맨 그룹(Blue Man Group)’은 비언어극 역사상 가장 성공한 쇼다. 온통 파란색으로 분장한 블루맨 3명이 내장(內臟)처럼 엉킨 PVC 파이프들을 두드리면서 노는데, 1991년 미국 뉴욕에서 출발해 세계 25국을 돌며 3500만 관객을 모았다. 타악과 함께 물감이 2~3m 공중으로 튀어오르며 ‘소리를 보여주고’ ‘색깔을 들려주는’ 장면도 이 작품의 상징이었다.

‘블루맨 그룹’ 월드투어가 6월 15일 코엑스아티움에서 개막한다. 14년 만의 내한 무대다. 연출을 맡은 마이클 다렌은 1995년부터 10년간 블루맨으로 활동했고 캐스팅 디렉터를 거쳤다. 이메일로 만난 그는 “블루맨은 어떤 편견도 없이 관객과 교감할 수 있는 중립적 캐릭터”라며 “우리는 말[言]을 버리고 음악, 움직임, 색깔 등 비언어적인 방법으로 다가간다”고 말했다.

'블루맨 그룹' 연출가 마이클 다렌. 1995년부터 10년간 블루맨으로 활동했다는 그는 "코로나 이후 공연을 재개하게 돼 기쁘다"며 "세상에 치유와 공동체 의식이 필요한 시점인데 그것이 바로 블루맨의 정체성과 같다"고 했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그런데 왜 하필 블루인가?

“이 질문은 어디서나 빠지질 않는다(웃음). 그 색깔을 우리는 ‘블루맨 블루’라 부른다. 하늘의 색이자 물의 색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관객이 공연을 보며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종 아이들이 좋은 답을 내놓는다. 어른과 달리 사회적 필터가 없고, 보고 느낀 대로 말하기 때문일 것이다.”

–원조 블루맨이던 맷 골드맨은 ‘이방인(블루맨)이 우리에게 스스로 돌아볼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정말 그렇다. 이 캐릭터는 두려움, 호기심, 기쁨 등 관객의 다양한 감정을 투영하는 ‘사운드 보드’라고 나는 생각한다. 관객은 마치 축구장에서 응원하듯이 적극적으로 공연에 참여한다. 블루맨 배우를 지도할 때 나는 ‘파란 물감과 의상은 뭔가를 가리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벗게 만든다’고 말한다. 역설적이지만 진심이 더 잘 드러나는 가면인 셈이다.”

–레드맨 그룹, 그린맨 그룹을 만들 생각은 없나?

“하하하. 아직까지는 없다. 하지만 뭐, 모를 일이다.”

–‘블루맨 그룹’은 인텔 광고에 등장할 만큼 디자인과 철학으로 주목받는다. 애당초 말을 버린 까닭은 뭔가.

“1980년대 후반의 뉴욕 공연들은 수다스러웠고 독백이 길었다. 우리는 저항하고 싶어 거꾸로 갔다. 언어를 들어내고 재미있는 소리와 비주얼로 채웠다. 사람들을 절정으로 이끄는 역동적인 집단 체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8월 초까지 공연하는 '블루맨 그룹'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블루맨 그룹’은 2008년에 내한한 적이 있다. 이번 공연에는 연주자가 타악기를 두드리면서 디제잉을 하는 등 몇 가지 변화가 있다. 다렌은 “여기서 다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 “그때와 비교하면 꽤 다르게 보이고, 들리고, 느껴질 것”이라고 했다.

–무대에 오르는 블루맨은 왜 늘 3명인가.

“그룹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가 ‘3’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때론 둘(2)과 하나(1)로 분리돼 공연에 짜임새를 만들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블루맨은 45명이다. 여성 블루맨은 없지만 과거에는 있었고 지금도 찾는 중이다. 한국 투어에 참여하는 라이브 밴드엔 여성이 2명 있다.”

–블루맨에 지원하려면 체형과 연주 실력 외에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

“자신이 무엇을 즐기고 무엇에 호기심이 생기며 무엇에 취약한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바꿔 말해 사회적 가면을 벗어던지고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용기가 중요하다.”

–다른 히트작은 출연자가 스타가 되는데 블루맨은 그게 불가능하다.

“그걸 고민하거나 신경 쓴 적은 없다. 블루맨 배우와 뮤지션, 이 공연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스타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한국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면.

“6세 이상이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공연일 것이다. 그 경험이 씨앗이 돼 훗날 ‘대체 왜 파란색이죠?’라는 질문에 답할 블루맨이 될 수도 있다. 사람 일은 모르니까. 하하.”

'블루맨 그룹' 내한 공연 /마스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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