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UP] 우크라 간 폴란드 대통령 “영토 1㎝도 뺏겨선 안돼”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2. 5. 2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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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후 우크라 의회서 첫 연설
22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안제이 두다(왼쪽) 폴란드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영토 단 1㎝도 러시아에 내줘서는 안 된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의회 ‘라다’에서 “러시아가 완전히 물러설 때까지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정부가 휴전을 제안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시기상조’라고 거부한 상황”이라며 “이처럼 미묘한 상황에서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편을 들었다”고 말했다.

두다 대통령은 이날 열차 편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했다. 지난 4월 이후 두 번째 방문이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가 조금 양보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 전쟁을 끝내는 편이 낫지 않으냐는 목소리가 들린다”면서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오직 우크라이나만이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쟁을 즉각 중단하라는) 바깥의 목소리는 무시하라”고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외국 정상이 우크라이나 의회에서 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 외교가에서는 “외국 정상이 전쟁 중인 국가를 방문해 (항전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는 공식적 군사 동맹 관계도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내정 간섭’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일부 의석에서는 환호가 나왔다. 키이우 포스트와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 등 현지 언론은 “이번 전쟁의 여파가 커지면서 평화 회담을 통해 하루빨리 정전(停戰) 체제로 가야 한다는 국제적 압력이 있다”며 “두다 대통령의 연설은 이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답을 대신한 것”이라고 전했다.

전쟁 장기화로 전 세계적인 물가 급등과 식량 부족 사태가 촉발되면서 국제사회에서는 조속한 평화 협상 체결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에서는 올 들어 30% 이상 급등한 유류비와 전기 요금을 필두로 생활 물가 전반이 급등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산 곡물 수출이 중단되면서 이 두 나라의 값싼 곡물에 의지해온 아프리카와 중동의 정세도 불안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전쟁 비용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미국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전비는 54억달러(약 6조8000억원)에 이른다. 로이터 통신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최근 러시아의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전화 통화 후 ‘즉각적인 휴전’에 대해 언급했다”고 전했다. 미국 내에서도 종전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현 단계의 평화 협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평화협상단 대표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은 지난 21일 “(서방이 제기하는) 러시아군이 현재 점령한 남부와 동부 지역에 그대로 주둔한 채 즉시 휴전하는 방안은 결사 반대”라며 “러시아군의 완전 철수만이 평화 협상을 위한 유일한 전제 조건”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크름 반도에서 돈바스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남부 회랑’을 점령한 현 상태를 인정하는 휴전은 러시아에 또 다른 침략 빌미를 줄 뿐이란 것이다. 그는 “러시아는 다른 나라 안에 한번 주둔하면 반드시 다시 전쟁을 일으켜 그 옆 다른 땅을 빼앗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폴란드 또한 이런 우크라이나 입장을 전폭 지지하고 있다.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폴란드는 수세기 동안 러시아에 의해 국토가 침탈당한 역사가 있다”며 “폴란드는 이번에 러시아가 완전히 패퇴해야 폴란드도 넘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 편에 서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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