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억만장자 한 명 나올 때 극빈층은 100만명씩 늘어”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2. 5. 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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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팜, 세계 불평등 심화 지적

전 세계적으로 30시간에 1명씩 새 억만장자가 나오는 한편, 극빈층은 33시간마다 100만명씩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 대유행(팬데믹)으로 경제적 불평등이 극도로 심화한 탓이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23일(현지 시각) 내놓은 ‘고통으로 얻는 이익’ 보고서를 통해 이와 같이 주장했다. 이 단체는 2014년부터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하는 세계경제포럼(WEF)을 전후해 세계 불평등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옥스팜은 이 보고서에서 “팬데믹으로 인한 식량·에너지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억만장자에게는 큰 부를 안겨준 반면 (물가 급등으로) 가난한 이들에게는 생존하는 데 필요한 최소 비용마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신종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 이후 2년간 전 세계 억만장자들의 수는 2095명에서 2668명으로 573명 늘었다고 밝혔다. 이들의 총자산은 13조7000억달러(약 1경7296조원)로, 같은 기간 3조7800억달러(약 4772조원) 늘어났다. 옥스팜은 “이는 지난 23년간의 증가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것”이라며 “자산 증식 속도를 감안하면 30시간마다 새 억만장자가 하나씩 탄생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전 세계 억만장자의 자산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0년 4.4% 수준에서 2021년 말 기준 13.9%로 3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급격한 부의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와 이로 인한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에너지와 식품, 제약 기업의 수익이 급격히 늘어 이 분야의 억만장자들이 큰 이득을 봤다. 옥스팜은 “식품과 에너지 분야 억만장자의 자산은 같은 기간 4530억달러(약 572조원) 증가해 다른 분야를 크게 앞질렀다”고 밝혔다.

반면 식량과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해 실질 임금(물가 수준을 반영한 임금 수준)이 하락하면서 지난 2년간 전 세계 극빈층이 최대 2억6300만명 늘어난 것으로 옥스팜은 추정했다. 이 단체는 “고용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서만 400만명의 여성이 일자리를 잃었고, 이러한 추세는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33시간마다 100만명씩 극빈층이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옥스팜은 전 세계적인 ‘부자 증세’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가브리엘라 부커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는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민영화와 독점, 조세 회피, 근로자의 권리 박탈 등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며 “백만장자에게 연간 2%, 억만장자에게 연간 5%의 재산세를 부과하면 연간 2조5200억달러(약 3182조원)를 거둬 전 세계 23억명의 빈곤을 구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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