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못 올리는 中企는 더 서러워

김아사 기자 2022. 5. 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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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50%가량 오를 경우 中企 영업이익은 10~15% 줄어.. 금리 올라 대출상환 압박도 커져

중소기업은 급등하는 원자재 가격, 글로벌 인플레 우려, 금리 상승 등 대외 악재에 더 취약하다. 대기업은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하청 업체에 가격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위험 분산이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은 그런 방법을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납품 단가 제값 받기' 기자회견에서 김기문(왼쪽에서 넷째) 중기중앙회장과 중기업계 관계자들은 원자재 값 상승에 따른 납품 단가 현실화를 요구했다. /뉴시스

자동차 도어 부품을 만드는 A사는 최근 직원 30%를 감원했다. 임원들은 월급 반납으로 ‘버티기 경영’에 들어갔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완성차업체의 생산이 줄어든 여파로 지난해 매출이 100억원 넘게 감소한 데 이어 올 초부턴 t당 철광석 가격이 30% 이상 급등하면서 철판 값마저 크게 뛰며 적자 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A사 최모 대표는 “코로나 확산, 자동차 생산량 감소, 금리 상승, 인건비, 원자재 값 상승까지 ‘오각 파도’를 온몸으로 맞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이 50%가량 뛸 경우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은 10~15%가량 감소한다.

볼트를 만드는 B사는 올 들어 니켈 값이 급등하자 은행에서 원자재 구매 비용으로 수십억 원 대출을 받아 납기를 겨우겨우 맞추고 있다. 납품할수록 손해지만 거래처를 잃지 않으려 울며 겨자 먹기로 공장을 돌리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금리가 1% 인상되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가산 금리는 장기적으로 각각 1.69%, 1.17% 증가한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부담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크게 체감한다는 얘기다. 주물업체를 하는 권모씨는 “금리가 계속 오르면 이자 부담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기존 대출 상환 압박이 거세지고 추가 대출마저 어려워지는 삼중고를 겪게 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납품 가격을 올리는 등 해결책은 기대하기 어렵다. 원청 기업에서 거래를 중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자동차 부품사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에 단가를 올려달라고 말할 수 있는 협력사는 몇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3월 중소기업중앙회 실태 조사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 단가에 모두 반영할 수 있었다는 업체는 전체의 4.6%에 불과했다. 원청 업체와의 계약서에 조정 불가 조항이 있는 경우도 10%가 넘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금 조달 능력이 제한적인 영세 중소기업들에 이익 감소와 이자 부담 가중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했다. 실제 중소기업들은 같은 조사에서 “이런 경우 ‘생산량 감축’(41.9%) ‘일자리 축소’(32.9%) ‘공장 폐쇄’(9.6%) 등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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