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못 올리는 中企는 더 서러워
중소기업은 급등하는 원자재 가격, 글로벌 인플레 우려, 금리 상승 등 대외 악재에 더 취약하다. 대기업은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하청 업체에 가격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위험 분산이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은 그런 방법을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동차 도어 부품을 만드는 A사는 최근 직원 30%를 감원했다. 임원들은 월급 반납으로 ‘버티기 경영’에 들어갔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완성차업체의 생산이 줄어든 여파로 지난해 매출이 100억원 넘게 감소한 데 이어 올 초부턴 t당 철광석 가격이 30% 이상 급등하면서 철판 값마저 크게 뛰며 적자 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A사 최모 대표는 “코로나 확산, 자동차 생산량 감소, 금리 상승, 인건비, 원자재 값 상승까지 ‘오각 파도’를 온몸으로 맞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이 50%가량 뛸 경우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은 10~15%가량 감소한다.
볼트를 만드는 B사는 올 들어 니켈 값이 급등하자 은행에서 원자재 구매 비용으로 수십억 원 대출을 받아 납기를 겨우겨우 맞추고 있다. 납품할수록 손해지만 거래처를 잃지 않으려 울며 겨자 먹기로 공장을 돌리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금리가 1% 인상되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가산 금리는 장기적으로 각각 1.69%, 1.17% 증가한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부담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크게 체감한다는 얘기다. 주물업체를 하는 권모씨는 “금리가 계속 오르면 이자 부담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기존 대출 상환 압박이 거세지고 추가 대출마저 어려워지는 삼중고를 겪게 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납품 가격을 올리는 등 해결책은 기대하기 어렵다. 원청 기업에서 거래를 중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자동차 부품사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에 단가를 올려달라고 말할 수 있는 협력사는 몇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3월 중소기업중앙회 실태 조사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 단가에 모두 반영할 수 있었다는 업체는 전체의 4.6%에 불과했다. 원청 업체와의 계약서에 조정 불가 조항이 있는 경우도 10%가 넘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금 조달 능력이 제한적인 영세 중소기업들에 이익 감소와 이자 부담 가중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했다. 실제 중소기업들은 같은 조사에서 “이런 경우 ‘생산량 감축’(41.9%) ‘일자리 축소’(32.9%) ‘공장 폐쇄’(9.6%) 등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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