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눈] 지방선거에 나선 우공(愚公)을 위한 변명

안의호 2022. 5. 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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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태백시의 미래를 걱정하는 한 주민으로부터 선거보도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이어진 그의 '어떻게'라는 제안은 지역 최대현안인 인구감소에 따른 지역소멸 위기를 해소할 방법론 차원이지 않을까 생각한 기자의 예상을 넘어 행정단위인 태백시의 폐지 상황에 대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무엇'에 대한 공약보다는 당장의 현실로 다가온 행정단위의 발전적 재편을 통해 지역경제의 또 다른 한 축인 1000여명 공직자들의 일자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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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의호 태백주재 부국장

얼마 전 태백시의 미래를 걱정하는 한 주민으로부터 선거보도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60대 중반인 그는 지금 태백은 ‘어떻게’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데 자꾸 ‘무엇’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입을 뗐다. 이어 최소한 기자들과 선출직에 나서는 후보들은 ‘무엇’에만 치우친 담론을 ‘어떻게’로 확장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출마자들이 말하는 ‘무엇을 이끌어내고 실현하겠다’는 공약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대안이 될 수 없는데 기자들이 그들의 공약을 비판없이 중계하는 데 그치는 것이 불만이라고 했다. 이어진 그의 ‘어떻게’라는 제안은 지역 최대현안인 인구감소에 따른 지역소멸 위기를 해소할 방법론 차원이지 않을까 생각한 기자의 예상을 넘어 행정단위인 태백시의 폐지 상황에 대한 것이었다.

지역경제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장성광업소의 경우 오는 2024년 폐광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이고 탄광경기에 힘입어 갑자기 생겨난 태백시도 인구가 4만∼3만명 이하로 떨어지면 존재 이유를 상실해 행정단위의 해체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무엇’에 대한 공약보다는 당장의 현실로 다가온 행정단위의 발전적 재편을 통해 지역경제의 또 다른 한 축인 1000여명 공직자들의 일자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태백은 40여년의 짧은 영예를 옛일로 추억해야 하는 한적한 산골마을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현인(賢人)처럼 그는 말했다. 선거에 출마해 ‘어떻게’에 대한 고민을 주민들과 함께 풀어보는 게 어떻겠냐는 기자의 약간 비난 섞인 질문에 그는 “(자신은)그런 난제를 풀만큼 지혜롭지도 않고 안 들어도 될 욕을 자청할 만큼 어리석지도 않다”고 답했다.

실제로 태백의 오늘을 보여주는 지표는 다소 어둡다. 태백상공회의소에서 펴낸 올해 1·4분기 경제동향보고서를 보면 시의 인구는 1분기말 현재 4만 33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만 2249명보다 1918명 감소했고 직전분기보다도 513명 줄어 4만선 붕괴는 시간문제가 됐다. 취업 현황의 경우도 구인 수가 지난해보다 22.0% 줄었고 구직 희망자수도 지난해보다 28.7%나 감소해 일할 곳도 일할 사람도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또한 올해 태백을 방문한 관광객도 3월 말 현재 10만 9000명에 그쳐 지난해보다 29.6% 감소했다. 여기에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의 특성상 고령자의 사망과 청년층 전출로 인한 출산율 저하, 코로나19로 인한 타격 등 경기침체로 인한 자영업자의 폐업과 일자리 부족 현상 등으로 인구감소가 가속화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올해 지방선거에는 많은 ‘어리석은(?)’ 출마자들이 지역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뛰어들었다. 아직 지역 현인이 주장했던 ‘어떻게’ 수준의 방법론을 제시한 후보는 없지만 ‘무엇을 어떻게 이끌고 성취’해 지역을 지금보다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열정만큼은 끓어 넘친다. 옛 고사성어에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말이 있다. 지금은 다소 자조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쓸데없는 노력이라도 해야 하나를 걱정할 경우 간혹 사용하는 말이지만 원뜻은 작고 보잘 것 없는 몸짓이라도 꾸준히 하면 큰 성취를 이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말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없다. 이번 선거에서는 한 삼태기의 흙이라도 쉬지 않고 멀리 발해까지 들어 옮기는 실천형 우공이 선출되기를 바란다. 현인의 우려대로 행정단위 태백시가 사라진다고 해도 태백은 여전히 우리가 살아가야 할 터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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