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칼럼] 인사 단추부터 잘못 끼운 尹정부
도덕성도 국민 눈높이 안 맞아
역대정권 실패의 길 답습 안 돼
국민통합 위한 탕평인사 해야
정부의 성공과 실패는 인사(人事)가 좌우한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모든 국정이 순리대로 풀리지만 반대의 경우엔 혼선이 가중된다. ‘인사만사’(人事萬事)냐, ‘인사망사’(人事亡事)냐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가른다. 동서고금의 성공한 지도자들이 용인술의 대가인 까닭이다. 수많은 결점을 인재를 영입해 보완하고 국정을 안정시키는 게 성공한 지도자들 리더십의 요체다.
안타깝게도 역대 한국 정권들의 인사는 망사로 귀결된 경우가 많다. 이명박정부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박근혜정부는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 문재인정부는 ‘캠코더’(대선 캠프·코드 인사·더불어민주당) 내각이라는 오명을 얻으며 출발부터 삐걱댔다.
탕평인사를 하라는 민심을 외면하고 연고·정실·보은·코드 인사를 일삼은 탓이다. 그 후과는 국정 혼선과 진영 갈등 확산, 정부 불신 고조다.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되는 흑역사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데 있다. 인사에 메시지와 감동이 없다. ‘서육남’(서울대·60대·남성)과 영남, 검찰 인맥 중심으로 짜여진 1기 내각과 대통령실 인선은 여성과 젊은 층, 호남을 소외시켰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차관인사는 다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론은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에다 ‘여성 2명’의 편중인사였다. 온 가족의 풀브라이트 장학금 특혜 의혹으로 자진사퇴한 김인철 사회부총리·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자녀 의대편입 특혜 의혹으로 사퇴 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인재를 고르는 안목에 의문을 갖게 한다. 전 정권들의 인사실패에서 대체 뭘 배운 건가.
인사에 대한 혹평에 윤 대통령은 내상을 입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상징적 가치인 공정과 상식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진 점을 더 아파해야 옳다. 문재인정부의 내로남불과 불공정, 비상식 행태의 반작용으로 탄생한 정권이 아닌가. 전 정권들보다 더 엄격한 인사 기준을 세우고 흠결이 발견되면 더 신속하게 정리했어야 했다. 민심의 둑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능력 위주로 뽑기 위해 안배나 할당은 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인사원칙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렇더라도 실력 검증이 안 되고 도덕성까지 국민정서법에 저촉되는 인사들이 적지 않이 발탁된 상황에서 능력 위주 인사원칙은 공감을 얻기 힘들다. 윤 대통령의 지인 위주 인사는 과하다. 아는 사람만 골라 중용하면 능력이 출중해도 대통령과 학연, 근무 인연이 없는 인사는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협량정치의 폐해다.
인사점수가 낮은 지도자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윤 대통령은 링컨과 이세민, 유방의 용인술을 배우기 바란다. 이제라도 인재를 고르는 안목을 기르고 능력과 다양성, 균형감이 조화를 이룬 탕평인사를 해야 한다. 그것이 이념, 지역, 성별, 계층 갈등으로 갈라진 나라를 통합하는 길이다. 국난 극복의 지혜를 찾는 데도 유리하다. 최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가 등의 통합 행보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이런 흐름을 이어가려면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선부터 안철수 전 인수위원장의 추천을 받아 균형인사를 해보기 바란다. 공동정부 약속위반 프레임까지 벗을 수 있는 묘수가 될 것이다.
김환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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