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비백 飛白

2022. 5. 23.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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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비백은 후한 때 서예가 채옹이 만든 서체입니다.

우리 인생도 이 시처럼 여백의 삶이 필요합니다.

인생에서 비백은 마음을 비우는 것, 내려놓은 것에서 출발하는 예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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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번
콩을 심으며 논길 가는
노인의 머리 위로
백로 두어 마리
하늘 자락 시치며 날아간다
 
깐깐오월
모내는 날
일손 놓은 노인의 발걸음
호젓하다
이 시는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비백은 후한 때 서예가 채옹이 만든 서체입니다.

서예 십체(十體) 중 하나인 비백은 획 안에 흰 여백을 품고 먹물이 묻지 않게

희끗희끗 건너가는 수법으로 여유로움과 조화로움을 보여줍니다.

우리 인생도 이 시처럼 여백의 삶이 필요합니다.

비워내고 고요히 하는 노자의 허정(虛靜)의 세계처럼 말입니다.

해가 길어 지루한 깐깐오월에

노인은 논길에 콩을 심으며 가는데

노인의 머리 위로 백로 두어 마리가 하늘 자락을 가르며 날아갑니다.

바쁜 일상에 지친 우리,

잠시 일손 놓은 노인의 발걸음을 따라가 보면

아등바등 사는 일상에서 벗어나 느림의 여유가 생길 겁니다.

우리 일상생활에 한 획 한 획 비백을 설정하면

삶의 품격이 지금보다 훨씬 조화롭고 풍요롭겠지요?

인생에서 비백은 마음을 비우는 것, 내려놓은 것에서 출발하는 예술이니까요.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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