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 미술 59가지 열전 '경성의 화가들 북촌을 거닐다'

손봉석 기자 2022. 5. 2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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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미술 태동기를 생생하게 전하는 초상화 같은 책이 출간됐다.

저자가 밝힌 정확한 책의 실제 제목은 ‘일제강점기 조선미술 교류사, 일본 화가들 조선을 그리다’ 였다는 ‘경성의 화가들, 근대를 거닐다’(황정수 지음·푸른역사 펴냄)는 서촌편과 북초년으로 나눠서 우리 근대미술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북촌편에는 한국 근대미술가들의 그림과 생에 대해 34가지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서양화 시작점 고희동, 임금 초상을 그린 인물화 귀재 김은호, 기억상실증으로 굴곡진 생을 산 백윤문, 귀가 들리지 않았지만 천재성으로 이를 극복한 운보 김기창, 남과 북 모두에서 공명을 누린 이석호 등을 돌아본다. 또 근대 전각 개척자 오세창, 근대 서화계 어른 김용진, 조선 마지막 내시 출신 서화가 이병직의 그림자를 비춰본다.

또 미술가들이 흠모한 무용가 최승희와 경극배우 매란방, 다재다능하고 신비로운 서화가 지운영, 근대 나전칠기를 개척한 공예가 전성규, 현대 건축 산실 공간 사옥을 설계한 김수근, 유럽에 이름을 떨쳤던 첫 한국화가 배운성 등의 삶도 반추한다. 문인화의 정형을 정립한 장우성, 한국적 인상파 화법을 완성한 화가 오지호, 해방 후 좌익 미술계를 이끌었던 길진섭, 월북한 감성적 모더니스트 최재덕, 한국 최초로 시사만평을 그린 이도영, 좌주서의 신경지를 개척한 서예가 유희강, 죽음으로 예술을 완성한 조각가 권진규 등 미술가들의 생애와 작품을 안내해 준다.


서촌편에선 25가지 이야기로 북촌과는 또 다른 서풍을 펼친다.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로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삶을 산 나혜석, 옥인동 주변에서 당대 최고 동양화가였지만 친일행위를 한 이상범, 만화가로도 이름이 난 동양화가 노수현 일화가 이어진다.

충청화단을 대표했던 설경 대가 박승무, 표지화에 능했던 팔방미인 정현웅, 월북으로 그 평가가 늦어진 형제 화가 이여성·이쾌대, ‘박제가 된 두 천재’ 구본웅과 이상 일화도 들려준다. 누상동에서 너무나 짧은 행복을 누린 한국의 루오 이중섭, 한국 여성예술가들 롤모델 중 한명인 천경자 등 화려하고 극적인 예술가들 생애를 담고 있다.

저자가 현장을 직접 찾아가 화가의 삶을 통해 작품 속 깊은 의미를 독자에게 전달하려 노력한 것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이 책의 큰 덕목은 59꼭지 그 어디에서도 주인공이 되지 못했으나 책 속에 언급이 된 예술가들에 대해 새로운 호기심을 불어 넣어 준다는 점이다.

저자는 민중미술 작가에 대한 비난과 조롱으로 SNS에서 본래 의도와 다르게 주목을 받기도 했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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