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 만난 오광록 "'저 사람 연기 뻔해' 말 듣고 싶지 않죠"
국내외 어떤 무대든 괜찮다. '영화'로 만나고 소통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천생 영화인 오광록이다.
올해 주목할만한 시선(Un Certain Regard) 부문에 공식 초청된 'All the People I'll Never Be'(원제: 'RETOUR A SEOUL'·'리턴 투 서울')를 들고 제75회 칸국제영화제(Cannes Film Festival·이하 칸영화제)를 찾은 배우 오광록이 22일(현지시간) 영화진흥위원회(KOFIC) 부스에서 칸 현지를 방문한 국내 30여 개 매체와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리턴 투 서울'은 어린 나이에 입양된 25세 여성 프레디(박지민)가 자신이 태어난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친부모를 찾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칸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등에서 주목 받은 캄보디아계 프랑스인 데비 슈 감독이 연출했고, 오광록과 함께 허진, 김선영, 박지민 등 배우들이 출연해 호흡 맞췄다. 오광록은 극중 조용한 성품을 가진 프레디의 친아버지 역할을 맡아 열연 했다.
"나는 이 영화가 너무 궁금했다. 이 영화로 칸을 방문해 좋다"고 운을 뗀 오광록은 올해 칸영화제에 참석하는 한국 감독, 배우 등 영화인들 중 유일하게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았다. 특히 이번 레드카펫에는 아내와 함께 참석해 재혼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오광록에게 레드카펫 자체는 부산국제영화제나 칸영화제나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한국에 대한 관심은 실감 중이다"고 귀띔했다.
오광록은 '리턴 투 서울' 상영 무대에 직접 올라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기승전'작품'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시작은 국내 협력 제작사 대표의 연락이었고, 오광록은 완성된 시나리오를 받지도 않은 채 출연을 결정했다고. 오광록은 "대락적인 내용과 감독에 대한 소개를 하면서 '함께 작업하지 않겠냐'고 하길래 '하자'고 했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오광록은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감독이 가진 에너지가 잘 담겨져 있다고 본다. 사건이 전개될 때 갑자기 툭 생략돼 상상하게 만드는 지점들이 있는데, 대단히 미술적이라고도 생각했다. '아름다운 강산' '봄비'와 같은 신중현의 음악도 채워진다"며 "뻔하지 않고, 통념들 앞에서 전혀 다른 스타일과 구조를 자랑한다. 우리에게는 뜨거운 창작물이었다"고 강조했다.
촬영은 지난 해 약 두 달 가량 대부분 한국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감독을 비롯해 스태프들은 다국적으로 꾸려졌다. "처음엔 '난 한국어만 쓰면 되니까 특별히 어려운 점이 있을까' 싶었다"는 오광록은 "근데 배우들의 프랑스어, 영어, 등이 섞이다 보니까 내가 대사를 언제 쳐야 하는지 헷갈리더라. 못 알아듣는 상태에서 말은 던져야 했는데 신기하게 하다 보면 또 찾아졌다"고 회상했다.
이어 "프랑스, 독일, 벨기에, 미국 등 다국적 스태프들과 촬영을 하고 동시녹음도 진행했다. 한국 현장 방식과는 다른 점이 많더라. 연출이 바라보는 관계의 설정부터 카메라 각도까지 뭔가 달랐다"며 "아무래도 언어의 장벽도 있기 때문에 훨씬 더 디테일하게 소통해야 했다. 낯설지만 신선하면서 흥미롭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래서 완성된 영화에 대한 기대도 컸다"고 덧붙였다.
오광록은 데비 슈 감독과 이 영화로 데뷔하는 신예 박지민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데비 슈 감독은 현장에서 늘 예의 발랐다. 언짢은 상황에서도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더라. '젊은 친구가 어떻게 저럴 수 있지?' 놀랐다"며 "박지민도 참 연기를 잘했다. 영화가 1년 정도 제작이 무산되면서 연기 훈련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설치미술가 활동도 하는 다재다능한 친구다"고 칭찬했다.
오광록은 칸에서 직접 체감한 'K콘텐트' 위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오광록은 "이 영화에 많은 정말 많은 관심을 보여주더라.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너무도 굉장한 영화'라는 이야기를 해줬고, 몇몇 사람들은 내가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이 '이 영화를 위해서도, 또 나를 위해서도 즐겁고 좋은 선택이었다'는 환영 인사를 받았다. 진심으로 서로에게 너무 좋은 작품이 됐다"고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이와 관련 맑은시네마 하민호 대표는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 받은 영화로 개막식 후 만찬 자리에 초대된 것도 이례적인데, 우리 영화 테이블을 따로 세팅해 주셨다. 칸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멀리서부터 배우를 계속 기다리면서 만났을 땐 '이 영화를 기다렸다. 이렇게 만나 뵙게 돼 영광이다'고 인사하더라. 소니픽처스 임원 분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도 우리를 찾아줘 놀랐다"고 거들었다.
때문에 한국에서의 반응도 기대가 될 법 하다. 오광록은 "세계의 여러 작업자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즐거웠다. 특히 영화가 '입양'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더 의미 있다고 본다"며 "다만 4년 전, 윤재호 감독과 '뷰티풀 데이즈'라는 영화를 찍었고,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을 받았는데 개봉 후에는 몇 만 명 밖에 찾지 않더라. 아프게 남아있는 기억 중 하나다. '이 영화도 한국에서 얼마나 관심을 가질까' 회의적이기는 한데, 개인적으로는 행복한 경험이었고 박수를 보내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광록은 1982년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데뷔해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았다. "40년 간 배우 생활을 했는데 배우는 항상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할 때마다 '참 좋은 인생을 살아야겠구나' 다짐하기도 한다. 새로운 목표가 생기고 '더 깊이 공부해야지' 싶기도 하다. '저 사람 연기 뻔해'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익숙해질수록 그물에 걸리기 쉬운데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칸(프랑스)=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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