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덮칠 '전력난 쓰나미'..올여름이 캄캄하다

김혜리 기자 2022. 5. 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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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가뭄·때 이른 폭염에
인도·파키스탄은 이미 정전
중국·일본도 대책 마련 나서
유럽, 러 가스 무기화에 비상

올여름 지구촌은 전력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쟁과 가뭄 등으로 전력 공급이 어려워진 가운데 일찍 찾아온 불볕더위로 전력 사용량이 늘 수밖에 없다.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할 경우 인명피해와 경제적 충격도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올해 예고된 폭염이 전 세계적으로 전력 부족 사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세계 각국은 코로나19로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어려운 데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석탄 등 에너지 가격까지 폭등한 상황이다. 여기에 올여름 찾아올 무더위가 전력 수요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구촌 전력 수급엔 비상이 걸렸다. 블룸버그NEF 분석가인 샨타누 자이스왈은 “전쟁과 제재로 인해 수급에 차질이 생겼는데, 이는 이상기후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회복세가 전력 수요를 끌어올리는 상황과 맞물렸다”면서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4월부터 때 이른 폭염에 시달려온 인도와 파키스탄은 이미 전력난을 겪고 있다. 인도에선 28개 주 중 16개 주가 이번달에 하루에 짧게는 2시간, 길게는 10시간씩 정전으로 고생 중이다. 파키스탄 역시 발루치스탄주 등 일부 지역 주민들은 하루에 9시간씩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며 무더위에 손쓸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 2015년 폭염으로 사망자가 2000명 이상 발생했던 인도는 이번에도 혹서기에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인도에서 전력 소비가 많은 마하라슈트라주 등 3개 주는 석탄 1050만t을 긴급 수입할 계획이며, 인도 석탄부는 폐광까지 재가동해 전력난을 헤쳐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과 일본도 올여름 전력 부족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석탄 부족으로 대규모 정전사태를 겪었던 중국은 이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올해 석탄 생산량을 증산할 것이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산업 관계자들은 내륙 탄광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남부 지방은 비싼 외국산 석탄과 가스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일본은 올여름뿐 아니라 겨울에도 전력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에 도쿄에선 시민들에게 텔레비전을 덜 보는 등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 동참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미국도 대규모 정전사태가 일어날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13일 텍사스주에선 때 이른 폭염으로 냉방용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과부하가 발생해 발전소 6곳이 가동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미 중서부 지역 전력망 업체인 ‘MISO’는 올여름 전력 수요가 가장 높은 기간에 수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엔 발전량이 부족하다고 밝힌 상태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인한 전력 수급난이 예상된다. 러시아가 제재에 맞서 천연가스를 무기화해 해당 지역에 가스 공급을 추가 중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스페인, 프랑스, 영국 등은 가스 수입 대안을 미리 확보해두어 충격을 상쇄시킬 수 있겠지만 러시아산 가스에 크게 의존하는 헝가리, 그리스, 라트비아 등 동유럽 국가들은 정전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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