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변했다..보수 후보들도 "무상 공약"[키워드로 본 교육감 선거③]
2010년대 초반엔 대립 첨예
민선 12년 거치며 진영 초월
초등생 아침급식 전면 실시
돌봄·교사 권리보호도 확산
일부 공약은 ‘선심성’ 짙어
필수사업 예산 뒷전 우려도
민선 교육감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2010년대 초반 가장 첨예한 논쟁을 불러왔던 정책이슈는 ‘무상급식’으로 대표되는 보편적 교육복지 확대였다. 당시 보수 후보들은 저소득층에게만 선별적으로 무상급식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보편적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민선 교육감 12년을 거치며 보편적 교육복지 확대는 교육감 후보들의 ‘공통공약’ 중 하나가 됐다.
교육복지 이슈는 이제 진보교육감 후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보수진영으로 분류되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후보는 ‘초등학생 아침급식 전면 실시’ 공약을 내세웠다. 보수성향인 최계운 인천시교육감 후보도 아침급식 무상제공을 공약했다. 반면 진보성향의 성기선 경기도교육감 후보는 “학생들이 하루를 건강하게 시작하기 위한 먹거리가 제공돼야 한다는 점은 동의한다”면서도 “영양사 등 필요한 인력이 부족해 교육청과 학교가 갈등을 빚을 수 있고, 급식관리를 할 교사들의 출근시간을 당겨야 하는데 대책이 있느냐”며 공개토론회를 제안했다.
전국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지역 농산물을 사용한 친환경 급식’을 내세운 것도 이번 선거의 특징 중 하나다. 학부모 표심과 지역 농어민 표심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 박혜자 광주시교육감 후보 등 진보진영 후보들이 ‘채식급식 선택권 보장’을 공약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초등 돌봄교실을 오후 7~8시까지 확대하거나 돌봄 대상을 초등학교 6학년까지 넓히고, 아침시간 돌봄교실을 신설하는 등 학교의 돌봄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전국 후보들이 보수·진보진영을 가리지 않고 내놨다.
올해부터 전면 무상교육이 시작된 고등학교에 이어 유아교육을 무상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교육감 선거를 계기로 힘을 얻고 있다.
교육감 후보들의 ‘무상 공약’ 목록이 늘어나면서 꼭 필요한 교육복지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만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유아교육 공공성 확대 등 꼭 필요한 곳도 있지만 일부 공약은 다른 곳에 써야 할 돈을 끌어다 쓰는 것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며 “학력부진 해결이나 교원 확충 등 꼭 필요한 곳에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데, 후보들이 표를 얻기 쉬운 부분에 돈을 쓰느라 정작 필요한 사업에는 돈이 모자라는 ‘풍요 속 빈곤’이 나타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동안은 주로 보수진영에서 제기했던 교사 권리보호 문제도 진영을 막론하고 다수 후보들이 공약에 포함시켰다. 진보성향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교육활동보호조례’를 제정해 교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후보는 교권침해보험의 보장범위를 확대하고, 희망 교사에게 녹음 전화기를 지원하는 등의 정책을 내놨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 후보는 대한변호사협회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1학교 1변호사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교육감 선거 후보들의 정책공약은 24일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의 정책공약마당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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