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기부채납 거부 마곡산단 기업 '강경대응'

김보미 기자 2022. 5. 23.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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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부지나 시설 기부채납 조건으로 산업용지 분양
35개 기업, SH 재산정 분양가 등 불만..토지 제공 미뤄
공익감사도 청구..시 "시정 안 되면 입주계약 해지 가능"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의 항공 전경. 마곡산업단지 홈페이지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 입주 기업들과 서울시가 토지 기부채납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법에 근거하지 않은 과도한 공공기여는 부당한 요구라며 기업들이 기부를 거부하자 시는 이미 상당한 자산 이득을 얻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며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3년 시는 마곡산업단지 분양을 시작하며 자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공공기여 대상 기준과 기여율을 정했다. 산업시설 용지를 1650㎡ 이상 분양받은 기업은 토지매입비의 5% 이상 부지 또는 9% 이상 시설을 기부채납하도록 하고 이를 계약서에도 담았다. 시설 기부를 약속한 LG·코오롱·이랜드 컨소시엄은 각각 아트센터·보육시설·미술관(스페이스K)·노인복지회관을 이미 준공했거나 준공할 예정이다. 시설 기부 규모는 2714억원에 달한다.

반면 토지 기부를 약속했던 35개 기업(총 21만㎡ 분양)은 1만㎡(384억원) 규모의 공공기여 부지 기부를 약속했지만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부지 제공을 미루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3월에도 마곡일반산업단지 입주사들에 토지 기부채납 계약 이행 촉구 안내문을 보냈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계약 당시 약속한 비율의 용지를 확보해 기부하라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4월10일까지 기부채납신청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35개 대상 기업 중 1곳을 제외하고는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공공기여 부지를 받으면 공공지원시설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지난해 서남권 대·중견기업들과 스타트업의 협업을 지원하는 ‘서울창업허브 M+’까지 개관했다. 하지만 토지 기부가 지연되면서 당초 계획한 다른 시설의 준비가 늦어지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이미 땅값이 4~5배씩 올라 충분한 자산 이득을 얻은 기업들이 약속한 공공기여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들은 토지 기부의 기준이 되는 산업단지 조성원가(분양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마곡입주기업협의회(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정산을 위해 분양가를 재산정했는데, 2013년보다 ㎡당 가격이 평균 11.2% 증가했다. 특히 입주사들은 SH가 도시개발법과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계산하면서 산업단지 조성과 상관없는 스마트도시건설사업비와 폐기물처리시설 등 각종 부담금까지 포함했다고 주장한다.

협의회 관계자는 “산업입지법에 따르면 기부채납 의무는 시행사에 있을 뿐 피분양자에게는 없다”며 “법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서울시 자체 공유재산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공기여를 정산하게 되면 개별 기업의 담당자는 배임으로 법적 책임을 떠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입주 기업들은 2020년 시가 요구한 기부채납과 관련한 20가지 항목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이에 기업 분담금 내역의 적절성과 스마트도시사업비 등 3가지 항목에 대한 감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 기부채납 약정에 대한 법령 위반의 경우 감사 미개시 결정을 내렸는데, 이를 두고도 양측의 해석이 엇갈린다.

시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감사 종결의 의미로 보고 있다. 반면 협의회는 2017년 비슷한 내용으로 기관 운영 감사가 이뤄져 같은 사항에 대한 재감사를 하지 않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감사원은 당시 조성원가로 산단을 분양하는 산지법의 취지가 기업에 저렴하고 시의성 있게 땅을 공급하려는 것이니 법적 근거가 없는 공공기여 요구로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라는 ‘주의’ 처분을 내렸다.

기부채납을 두고 양측이 각자 다른 해석을 내놓는 것은 마곡산업단지의 특수성 때문이다. 마곡은 산단 조성과 도시 개발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기능이 완성됐다. 이에 시는 산단만 존재하는 다른 지역과 똑같은 기준으로 마곡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기반시설 범위 등을 판단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번 기부채납 불이행과 관련해 시는 산업집적법에 따라 계약 위반에 대한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입주계약 해지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해지는 처분과 양도 이행에 대한 내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입주 기업이나 공사 중인 기업의 대상 필지 내 건축물 처분까지 동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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