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명장' 창업에 도전하다] "우리는 머신러닝 함선.. 탐험가의 마음으로 실리콘밸리 간다"

안경애 2022. 5. 23. 18: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층침대 4개 놓고 8명 동거동락
머신러닝 자동화 플랫폼 자신감
50억원대 투자 받은 안재만 대표
"SW마에스트로가 인생항로 바꿔
버클리 학생들에게 인정 받겠다"
안재만(맨앞) 대표와 베슬AI 직원들이 대화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베슬AI 제공
안재만 베슬AI 대표

SW명장 창업에 도전하다 ① 머신러닝 운영 플랫폼 기업 '베슬AI'

"머신러닝 운영 플랫폼은 무조건 되는 시장이고, 우리 팀에도 엄청난 사람들이 모였다. 이제 큰 시장에 가서 본승부를 벌이겠다. 미국에서 실력 있는 기업들과 경쟁하고, 고객 한명한명에게 끝까지 만족하는 경험을 시켜 주겠다."

안재만(30) 베슬AI 대표의 얼굴에서는 미지의 세계로 항해를 앞둔 탐험가 같은 설렘과 기대감이 느껴졌다.

2020년 4월, 머신러닝 개발·운영 플랫폼 스타트업 베슬AI를 창업한 안 대표는 지난해 본사를 미국 실리콘밸리로 옮겼다. 다음달 미국으로 가서 맨 바닥부터 부딪혀 가며 사업을 일굴 계획이다.

안 대표는 "현지에 있는 한국계 기업의 도움으로 사무실을 마련했고 살 집을 알아보고 있다. 2층 침대 4개를 들여놓고 8명이 함께 지내며 달려볼까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가 미국행을 감행한 이유는 개발 플랫폼의 본고장이자 세계 최대 시장에서 승부할 만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베슬AI에는 구글, 센드버드, 크래프톤 등에서 일한 ML옵스(MLOps), 데브옵스 실력자들이 포진했다.

ML옵스는 AI(인공지능) 개발자들이 머신러닝을 개발·배포·운영하는 과정을 효율화·자동화해 주는 플랫폼이다. 베슬AI는 반복적이고 복잡한 머신러닝 과정을 간소화해 주고 최적화된 GPU(그래픽처리장치) 인프라를 제공한다. AI 수준이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면서 ML옵스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부터 실력 있는 스타트업들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머신러닝 함선을 구축해서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의미에서 함선을 뜻하는 '베슬(Vessel)'을 넣어 베슬AI로 사명을 지었다는 안 대표는 "앞으로 전 세계 모든 산업에서 머신러닝 혁신이 일어날 게 분명한데, 그 과정에 쓰이는 필수 플랫폼을 만들겠다. 한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우리만큼 좋은 팀을 만들어 빠르게 나아가는 팀은 없다"고 자신했다.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던 안 대표는 특히 해킹이 재미있어 그 세계에 푹 빠지기도 했다. 그러다 SW 개발로 관심을 돌렸다. 서울과학고에서 천재급 친구들을 보면서 'SW는 내 길이 아니겠다'는 생각에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에 입학했다. 대학 때 들어간 SW동아리에서 선배가 추천해준 과기정통부·IITP(정보통신기획평가원) 'SW마에스트로' 사업이 그가 인생 항로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그는 "잠을 안 자도 될 정도로 재미 있었다. 내 길은 SW라는 확신이 들었다"면서 "특히 멘토들이 실제 현업에서 하는 경험과 프로세스를 알려줘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과정 중에는 실시간 채팅앱, 웹보드게임, 웹브라우저 기반 게임기 에뮬레이터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연수생 중에는 창업에 도전하는 이들도 많았다.

대학 졸업 후 게임회사 데브시스터즈에서 4년여 간 SW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백엔드 개발과 데브옵스 인프라를 총괄했다. 1000만명 이상이 매일 사용하는 게임의 백엔드 인프라를 경험한 후 머신러닝이 미래 큰 물결이 될 것이란 확신 하에 의료AI 기업 에이아이트릭스에서도 2년간 일하며 머신러닝 인프라와 파이프라인 구축을 담당했다.

안 대표는 "데브옵스에 대한 끝판왕 경험을 쌓고 머신러닝 실력도 갖추니 창업에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머신러닝도 개발 인프라와 워크플로우 혁신이 필수라는 생각에 ML옵스를 아이템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창업 후 마우스 클릭 몇번으로 자신만의 머신러닝 모델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 '베슬AI'를 개발했다. 작년초 유튜브를 통해 시연 동영상을 공개하자 고객이 생기기 시작했다. 현재 KAIST 김재철AI대학원 전체 학생이 이 플랫폼을 이용해 머신러닝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 유수의 대기업과 스타트업들도 고객사로 확보했다. 자율주행, 비전, 금융, 커머스 등 고객사의 적용사례도 다양하다. 지난달에는 플랫폼을 퍼블릭 오픈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안 대표는 "퍼블릭 오픈 후 플랫폼을 써보고 싶다는 문의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온다. 머신러닝 적용의 난해함 때문에 ML옵스의 필요성을 느끼던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ML옵스는 머신러닝에 쓰이는 양질의 데이터를 모으고 관리하는 데 초점을 둔 '데이터옵스'와, 만들어진 데이터로 머신러닝 학습·배포·업데이트를 자동화하는 '모델옵스'로 구분되는데 베슬AI는 모델옵스에 집중한다. 머신러닝 모델이 산업현장에서 끊임없이 생성되는 데이터를 받아들여서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업데이트되도록 자동화했다. 개발자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플랫폼도 제공한다.

안 대표가 월급을 모아 마련한 4000만원을 초기자금으로 공유오피스에서 시작한 회사는 현재 20명 규모로 커졌다. 작년 9월, 회사의 기술력을 인정한 KB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에서 50억원 규모의 프리A 투자도 유치했다.

창업 3년 차에 미국으로 주무대를 옮기는 각오는 특별하다. 안 대표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이 사업은 글로벌, 특히 미국에서 성공해야만 한다"면서 "머신러닝 엔지니어를 만나 우리 제품을 소개하고 설득하겠다. UC버클리 학생들에게 수업 후 전단지를 나눠주며 써보라고 하고, 모르는 머신러닝 엔지니어들에게 전화를 돌려서 플랫폼을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의 피드백을 듣고 고객을 모으는 과정이 재미 있을 것 같다. 좋은 성과를 거둬서 전세계 모든 머신러닝 엔지니어가 우리 것을 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코딩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실력자였다면 이제 똘똘한 머신러닝 모델을 잘 개발하고 훈련하는 사람이 필요한 시대라고 안 대표는 말한다. 그동안 코드가 SW를 만들었지만 미래의 SW는 데이터와 머신러닝이 만들게 될 것이라는 것.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제공하는 스노우플레이크는 플랫폼 하나로 수십조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연 수천억원의 매출을 낸다"는 안 대표는 "머신러닝 분야의 스노우플레이크 같은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