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흔들기에 앞서 해야 할 일

한겨레 2022. 5. 2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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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15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경영계의 건의서'를 발표했다.

위험 발생의 주체로 위험을 가장 잘 관리할 수 있는 사업주 단체가 법령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피력한 점은 의미가 있으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시작한 지 채 5개월이 되지 않은 지금, 법 제정의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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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단식농성장에서 열린 법사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잠정합의안 관련 국회 농성단 긴급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고 이한빛 PD의 부친 이용관씨가 발언하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왜냐면] 박미진 |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안전보건정책실장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15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경영계의 건의서’를 발표했다. 위험 발생의 주체로 위험을 가장 잘 관리할 수 있는 사업주 단체가 법령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피력한 점은 의미가 있으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시작한 지 채 5개월이 되지 않은 지금, 법 제정의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또한 이 건의서의 핵심 내용은 경영자의 면책과 법적 의무의 경감으로 보인다.

산업재해는 경영상의 조치, 관리상의 조치, 기술상의 조치가 연속성 있게 진행돼야 예방이라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산재 예방에 대한 사업주의 기술상의 조치와 관리상의 조치를 담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이라는 목적에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중대재해에 대한 경영상의 포괄적인 책임을 묻고자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서명에 참여한 10만 시민들은 산안법의 한계와 산안법을 집행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 무엇보다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책임 이행에 대한 불신이 있음을 확실하게 인식해야 한다.

경영자단체는 시행 초기부터 법 개정을 논하기 전에, 책임 있는 자세로 중대재해 예방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태도와 행동을 보여주고, 그 실행을 통해 알게 된 중대재해를 막는 방법을 과학적으로 제시하고 더 나은 규정을 대안으로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사업주들이 지키기 어렵거나 애매하다는 이유가 아닌, 더 합리적인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신뢰할 수 있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들이 산안법의 1200개 조문이 지나치게 지시·규제적이라 하면서, 세부 규정 없이 포괄적이고 원칙적인 의무 부여를 통해 좀더 자율적으로 중대재해를 예방하라고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 불확실하다고 불평하는 모순적인 태도로 보인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규정 준수 자체에만 눈길을 줄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일터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사업주의 막중한 책임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을 잘 실현하기 위한 대안들을 심도 있게 제시하는 것이 불신에 대한 전향적인 응답임을 알아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은 중대재해 발생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이 전제가 성립하지 않도록 사업주는 책임 있는 자세로 중대재해를 막을 방법을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 그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중요한 본질적 의미이다. 그렇게 하지 않아서 건강한 노동자를 죽게 만든 책임은 중대재해처벌법을 통해 흔들림 없이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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