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EF 창립 멤버 된 한국, 향후 풀어야 할 과제는?
한국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창립 멤버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견제용’ 성격이 큰 IPEF 참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초기 단계부터 논의에 참여해 디지털 경제와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우리의 이해관계를 적극적으로 관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IPEF가 중국을 겨냥한 경제안보 동맹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 일본, 호주 등 13개국이 참여한 IPEF 출범 정상회의와 제1차 IPEF 장관회의가 23일 연이어 열렸다. IPEF는 인구 기준으로는 전 세계의 32.3%,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는 40.9%를 차지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블록으로 출범했다.
IPEF는 기존 자유무역협정(FTA)과 달리, 공급망·디지털·청정에너지 등 새로운 통상의제를 다룬다. IPEF 참여가 확정된 만큼 전문가들은 국익 극대화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내에서도 많은 국가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의제의 세부 내용이 바뀔 가능성은 크다. 정부도 “IPEF 출범 초기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해 통상규범 논의에 룰 메이커(rule maker)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디지털 경제·기술 표준 논의는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의 국경 간 이동을 보장하는 등 중국이 민감하게 받아들 수 있는 내용이 담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강하연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다자협력실장은 “중국이 참여했던 다자협정은 자국의 규제권한을 침범하지 않는 등 낮은 수준이었다면 IPEF는 기존 미국이 주도했던 협정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자율성이 보장된 다른 의제와 달리, 디지털 경제·기술 표준 논의는 IPEF 내에서 유일하게 구속성이 있는 규범형태가 될 전망이다. 웹툰, 메신저 서비스, 드라마 등 콘텐츠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우리 측은 데이터 이동의 문턱을 낮추는게 유리할 수 있다.
인프라·청정에너지 분야도 주요 논의과제로 꼽힌다. 에너지 전환, 핵심 산업의 탈탄소화, 탄소감축 등 광범위한 주제가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IPEF를 통해 탄소 저감기술 투자, 고탄소 배출산업 투자 제한, 재생에너지 보급 촉진, 친환경 제품·시장개방 등 합의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프라·청정에너지 분야는 아세안 회원국이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라며 “아세안 국가들이 수용할 수 있는 기술을 중심으로 기술이전과 함께 관련 교육훈련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IPEF가 대중국 견제용이라는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도 과제다. 정부는 연일 IPEF는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핵심품목에 대한 공급망 협력, 조기경보 시스템 등은 중국 입장에서 경제 동맹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산업부는 “동남아시아의 풍부한 노동력과 호주·인도네시아의 자원, 우리의 제조업으로 상호 보완적인 공급망을 형성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산업 생산에 필수인 중간재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2020년 기준, 28.3%에 달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이 무역보복에 나설 경우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오는 6월 열리는 차기 IPEF 장관회의에서 세부 의제별 협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계, 전문가 등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한 소통하면서 향후 진행될 IPEF 논의에서 우리의 관심사항과 이해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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