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니즘'에 밀려.. '불타는 지구' 여전히 미래세대 몫으로 [심층기획-기후도 票가 되나요?]
대기 CO₂ 농도 410ppm→417.48ppm 올라
나날이 온난화 심화.. 머리로만 "심각"
1년 내 당면 과제로 '경제 성장' 꼽아
기후 위기, 남녀·세대 갈등과 후순위
행동하는 기후 유권자도 2.9% 불과
세계일보는 2019년 ‘뜨거운 지구, 차가운 관심’이라는 기획기사에서 생각과 마음이 따로인 상황을 짚었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르는 사이 2050 탄소중립이 선언되고, 강화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나왔다. RE100(재생에너지 100%)이니 ESG(환경·사회·지배구조)니 하는 용어도 흔하게 들린다.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국제 사회의 압박이 그만큼 커진 탓이다.
우리의 위기 의식도 달라졌을까. 기후변화가 심각하다는 절박감은 지도자를 뽑을 때 민심으로 표출되고 있을까. 세계일보가 여론조사 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진행한 설문에서 확인한 결과는 ‘더 뜨거워진 지구, 미지근한 관심’이었다.
◆아직도 “기후위기는 먼 훗날 과제”
하지만 우리 국민은 여전히 기후변화를 당장 나서야 할 우선 과제로 보지 않는다. ‘1년 안에 풀어야 할 과제는
3년 전과 이번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최근 남녀 성대결이 깊어지면서 남녀·세대 갈등이 남북관계와 자리바꿈을 했다는 정도다. 19∼29세 응답자들이 택한 1순위 과제에서 실업과 남녀·세대 갈등은 오차범위 안에서 1·2위를 차지했다.
과제 해결 기간을 길게 잡을수록 기후변화의 순위는 상승했다. ‘10년 안에 풀어야 할 과제’에서 기후변화는 저출산고령화, 경제성장에 이어 3위에 놓였다. 특히 30대와 여성들은 기후변화를 2위로 꼽았다.
30년으로 기간을 더 늘리자 기후변화가 1위까지 올라왔다. 기후변화가 심각하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중장기 과제로 보는 경향이 뚜렷이 드러난다.
한국에서 온실가스가 가장 많이 나오는 분야는 에너지다. 국민들은 어떤 에너지원을 선호할까. 에너지원은 하나가 100%의 시장을 가져가는 승자독식 구조가 아니다. 따라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을 양자택일하도록 묻지 않고 각각 선호도를 밝히도록 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78.9%가 동의했다. 핵폐기물 문제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원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원자력 발전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42.1%가 동의했다. 비용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투표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조항을 가장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다. 한국 유권자가 후보자를 고르는 기준은 무엇이며, 여기에 기후위기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지난 3월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지지 후보를 선택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1위는 후보의 업무 능력(35.4%), 2위는 정당(22.4%), 3위는 공약(20.6%)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후보 선택에 큰 영향을 준 1순위 공약으로는 경제회복이 26.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주거·부동산 대책(16.5%), 일자리·고용(12.9%) 순이었다. 공약은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는 응답(12.3%)이 네 번째로 많았고, 기후변화·환경 공약을 1순위로 꼽은 경우는 2.9%에 불과했다. ‘먹고사니즘’이 제일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는 뜻이다.
광역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시·도지사 후보 33명(무응답 1명 제외) 중 11명이 현 시·도지사가 밝힌 탄소중립 달성 시점이 ‘늦다’며 대응을 서두를 것처럼 답했지만, 정작 본인 임기 중 정책 우선순위에선 6가지 공약 중 3위에 올리는 데 그쳤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후변화를 여전히 실재하는 위협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특히 기후 문제는 글로벌 이슈라는 생각때문에 지방선거에서는 더 배제되기 쉽다”며 “앞으로 기후는 우리가 먹고사는 일과 기업 활동 즉, 경제 문제와 직결된다는 인식이 좀 더 확산돼야 한다”고 전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시한 세계일보 ‘기후유권자’ 설문조사는 지난 13∼15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이용한 웹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남녀 각각 517명(51.1%), 495명(48.9%)이다. 조사는 엠브레인퍼블릭이 진행했다. 표본은 온라인 회원가입과 무작위 전화모집 등의 방법으로 자체 구축한 리서치 패널 중 지난달 말 기준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라 성별·연령·지역별 인구구성비에 맞게 무작위추출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응답률 10.2%)이다. 이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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