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밥상물가 '직격탄'.. 반찬마저 줄인 무료급식소

이진혁 2022. 5. 2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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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두부조림이라도 나와서 다행이지, 요즘 반찬이 영 별로야."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 대기 줄에서 만난 윤삼남씨(77)는 이날 점심 메뉴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울시 동대문구에 있는 '밥퍼나눔운동본부'는 반찬 가짓수를 줄이진 않았지만 과일 배식을 절반으로 줄였다.

코로나19로 봉사 활동이 줄자 기업 등 단체 후원도 끊어졌다는 게 무료급식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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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비 올들어 20% 넘게 증가
포장비 아끼려 도시락 제공 안해
일손 부족에 후원금 줄어 빠듯
23일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방문객들이 무료 배식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임수빈 수습기자
"오늘은 두부조림이라도 나와서 다행이지, 요즘 반찬이 영 별로야."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 대기 줄에서 만난 윤삼남씨(77)는 이날 점심 메뉴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매일 아침부터 탑골공원에 향한다는 윤씨는 "인천 계양구에서부터 밥 먹으려 오는데 예전보다 반찬 가짓수가 확 줄었다"고 토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재로 식재료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무료급식소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급식소들은 반찬 가짓수를 줄이거나 포장비를 아끼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다. 코로나19로 인해 인력과 후원금마저 줄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무료급식소 식비 늘어 '고통'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85로 지난해 동월 대비 4.8%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 물가를 100으로 잡고 비교한 것이다. 지수가 높으면 2020년 대비 물가가 상승했다는 의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달에 비해서도 0.7% 상승한 수치다. 특히 식재료 가격 상승은 가파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오뚜기 콩기름(900㎖)의 평균 판매 가격은 4994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559원)보다 40% 높다. 해표 식용유(900㎖)도 4110원에서 4402원으로 비싸졌다. 식용유 100㎖당 가격은 1월 511원에서 2월 515원, 3월과 4월 530원으로 계속 올랐다.

식재료비가 예산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무료급식소는 '빨간불'이 켜졌다. 원각사에서 8년째 봉사 중인 강소윤 총무(56)는 "평소에 식재료비가 한 달에 1800만~2000만원 정도 드는데 최근에는 2300만~2500만원 수준으로 늘었다"며 "고기 반찬을 드리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물가는 무료 급식소 환경도 바꿨다. 실외에서 음식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도시락을 지급한 사회복지원각은 지난 5월 8일부터 실내에 마련된 작은 공간에서 식판에 음식을 담아 제공한다. 원각사 관계자는 "한 달에 300만원이 드는 도시락 포장비를 아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했다"고 밝혔다.

다른 무료급식소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날 서울시 동대문구에 있는 '밥퍼나눔운동본부'는 반찬 가짓수를 줄이진 않았지만 과일 배식을 절반으로 줄였다. 김미경 밥퍼나눔운동본부 부본부장은 "세 끼는 대접 못해도 한 끼만이라도 제대로 대접하고 싶다"면서도 "물가 상승이 장기화된다면 지금같은 식사 제공이 가능할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인력난에 후원금도 끊겨

무료급식소는 고물가 뿐만 아니라 인력난, 후원금 부족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밥퍼에 따르면 식재료 구입비가 상승한 만큼 인력 운용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김 부본부장은 "원래 급식소에 인력이 30명은 있어야 하는데 오늘은 13명 정도 있다"며 "일손이 많으면 계란말이를 할 걸 계란찜을 하는 식이다"고 설명했다.

후원이나 봉사 또한 코로나19로 뚝 끊겼다. 정부 지원 없이 운영 중인 대다수의 무료 급식소는 후원금에 의존해 운영을 이어나가고 있다. 코로나19로 봉사 활동이 줄자 기업 등 단체 후원도 끊어졌다는 게 무료급식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강소윤 총무는 "(후원금이)언제 바닥날지 모른다"며 "오늘은 이전에 후원해주신 분 덕분에 두부조림과 멸치볶음이 추가로 나갈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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