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만에 中企 뒤바꾼 삼성전자 멘토들.."日 비데 납품 쾌거"

이승훈 입력 2022. 5. 23. 17:33 수정 2022. 5. 2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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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중소·중견기업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
신생 비데업체 에이스라이프
"주문량 소화 못해 도움 요청"
삼성, 모든 생산과정 정밀분석
최적의 자동화 솔루션 제안
작업시간 줄고 생산량 두배로
"30개국 수출 제안 결실 뿌듯"
중기부·중기중앙회 손잡고
8년째 2800여 곳에 조언 역할
배상철 에이스라이프 상무(왼쪽)와 최승호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 프로가 중간검사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 삼성전자]
2년 전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미국에서 '화장지 대란'이 벌어졌다. 마스크를 만드느라 휴지 생산이 곧 끊길 수 있다는 가짜 뉴스가 퍼지면서 사재기가 일어난 것이다. 화장지 공급 대란을 겪은 뒤 미국에서 판매량이 급증한 제품이 바로 비데다. 비데 주문이 쏟아졌지만 생산량은 이에 미치지 못했던 중소기업 에이스라이프가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린 것도 이 즈음이다. 월 2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에 주문량이 3만대를 넘어서자 돌파구 마련이 절실했던 것이다.
23일 삼성전자는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제조 환경을 개선해주는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이 2015년 시작해 올해로 8년째를 맞았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받은 중소기업은 2800곳에 달한다. 2018년부터는 중소벤처기업부·중소기업중앙회와 손잡고 사업을 보다 체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이 그러지 않은 곳보다 38%포인트나 높다는 분석 결과도 내놓았다.

에이스라이프도 스마트공장 도입을 통해 비약적인 생산량 상승을 경험했다. 2017년 설립된 이 회사는 국내 비데 개발자 1세대 4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다. 에이스라이프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배상철 상무는 "마스크 제조업체가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고 신청했다"며 "절실한 마음에 신청은 했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이 시작되자 삼성전자 멘토들은 아예 에이스라이프로 출근해 생산 현장과 작업 과정을 모두 영상으로 촬영한 뒤 분석에 나섰다. 실무를 담당했던 최승호 프로는 "몇몇 작업 동선이 꼬여 있었고, 직원 배치도 비효율적이었다"며 "생산 능률을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고 전했다.

에이스라이프에서 비데 1대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0초. 가장 문제가 되는 작업은 직원 5~6명이 수작업으로 진행했던 배선 공정이었다. 회로 기판에 전기선과 급수 노즐, 건조선 등을 연결하는 배선 공정을 직원들이 손으로 조립한 것이다. 세밀함이 필요한 작업이기에 손으로 직접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생각에 비데 원조 국가인 일본의 작업 방식을 답습했다.

삼성전자가 배선 공정과 배선 작동 테스트에 자동화 솔루션을 적용하자 제조 시간 단축은 물론 불량률도 하락했다. 자동화 공정 구축으로 비데 1대 생산에 걸리는 시간이 60초에서 38초로 줄었다. 이를 통해 한 달에 4만2000대까지 생산이 가능해졌다. 종전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5~6명씩 투입되던 배선 공정 인력을 다른 공정에 배치해 인력 효율성도 높일 수 있게 됐다. 단 10주 만에 생긴 변화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공장에 머물렀던 삼성전자 담당자들은 직원들의 편의를 위한 이동식 선반과 맞춤형 작업대 등 필요한 설비들을 직접 제작했다. 공장 곳곳에 비치된 물통이 발에 걸리지 않도록 수직 선반을 설치해 차곡차곡 정리하는 작업도 해줬다. 여기에 공장에 복층 구조를 만들어 2층 공간에 직원 휴게 공간도 마련했다.

배 상무는 "직원들이 처음에는 삼성전자 담당자들을 보면 '왜 자꾸 오냐'고 타박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언제 오냐'고 말할 만큼 신뢰가 깊어졌다"고 전했다.

스마트공장은 에이스라이프에 도약의 기회를 안겼다. 지난해 겨울 비데 종주국 일본에서 대량 주문을 따낸 것이다. 일본 바이어는 코로나19로 현장 방문이 어려운 상황에서 스마트공장을 영상으로 본 뒤 계약을 제안했다. 창립 4년 만에 일본의 까다로운 수출 기준을 넘어선 것이다. 또 지난 3월 북미 최대 규모의 주방·욕실 박람회 'KBIS2022'에 참가해 전 세계 30개 업체에서 수출 제안을 받았다.

에이스라이프 비데가 입소문을 타면서 회사는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200억원대 중반이던 매출은 올해 300억원, 내년에는 500억원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생산량이 두 배 넘게 늘면서 매출은 그보다 많은 2.5배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셈이다. 55명이던 직원 수도 71명까지 늘었다.

배 상무는 "스마트공장이 선순환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번 지원사업을 계기로 비데 제조업을 넘어 생활가전 업체로의 두 번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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