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누리호 2차 발사, '뭣이 중할까'

2022. 5. 2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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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2차 발사가 다음달 15일 예정돼 있다. 기상 상황과 기술적 문제 등 돌발 변수가 없는 한 예정대로 나로우주센터에서 붉은 섬광과 굉음을 내뿜으며 힘차게 우주를 향해 솟아 오르는 누리호 모습을 다시금 볼 수 있게 된다.

지난해 10월 1차 발사에서 3단 로켓에 문제가 생겨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해 국민들에게 아쉬움을 남겼지만, 2차 발사 만큼은 국민들의 기대와 응원에 보답하겠다는 각오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들은 지금도 나로우주센터에서 막바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돌이켜 보면, 누리호 사업을 시작한 2010년부터 지금껏 누리호 연구진은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독자적으로 우주발사체를 개발해야 한다는 커다란 부담감 속에 발사체 설계부터 제작, 시험 및 발사 운용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우리 힘으로 해내야 했다.

비록 지난해 1차 발사의 아쉬움은 뒤로 한 채 곧장 발사조사위원회를 꾸려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한 원인 규명에 12월 말까지 꼬박 매달렸다. 나로우주센터, 제주도, 팔라우 추적소에 설치된 텔레메트리(원격자료 수신장비)가 비행 중에 획득한 2000여 개가 넘는 데이터를 일일이 분석해 비행 과정의 이상 현상을 찾아낸 후 그 현상을 유발한 원인을 밝혀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휴도 반납한 채 3단 엔진이 목표시간(521초)보다 46초 빠른 475초에 조기 연소된 원인 규명에 주력했다. 그 결과, 3단 산화제탱크 내부에 장착돼 있는 헬륨탱크의 고정장치가 비행 중에 부력 상승으로 풀려 헬륨탱크의 움직임으로 인해 산화제탱크 배관 균열이 생겼다. 결국 산화제 누설로 3단 엔진이 예정보다 빨리 종료됐다는 것을 최종적으로 알아냈다.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2009년 나로호 발사 실패 때 러시아에 의존했던 것과 달리 우리 스스로 3단 엔진의 조기 연소 원인을 찾을 수 있었고, 위원회를 구성한 지 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원인 규명을 해내는 등 값진 소득을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연구진의 2022년 새해는 벽두부터 기술적 보완에 나서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가장 먼저 문제가 된 3단 산화제탱크의 헬륨탱크 하부 지지부의 고정장치를 강화하기 위해 설계를 변경했다. 헬륨탱크 맨 위에 있는 맨홀덮개의 두께도 보강해 누리호가 비행 중 가속도가 붙은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도 했다.

그나마 지난해 제작한 산화제탱크를 해체하지 않고 새롭게 제작한 헬륨탱크를 교체할 수 있었기에 예정된 발사일을 맞출 수 있는 행운도 따라줬다. 모든 기술적 보완·개선 작업을 마치고 현재 누리호는 나로우주센터에서 1단부와 2단부 조립을 마치고, 3단부 페어링에 성능검증위성을 장착한 후, 결합 작업을 마치면 발사대로 옮겨져 본격적인 발사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누리호 개발사업은 지난 10년 간 총 1조9000억원에 달하는 국민들의 혈세가 투입된 초대형 국가 우주개발 프로젝트로 추진됐다. 연구진은 국가적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자부심 못지 않게 국민에게 성공 발사로 보답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도 가지고 있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1992년 우리별 1호를 발사하며 우주개발에 뒤늦게 뛰어든 지 30년이 되는 의미있는 해이다. 그동안 숱한 시행착오와 실패를 극복해 왔기에 꿈으로 여겼던 우주개발이 현실로 이어져 하나둘씩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분명한 것은 누리호 발사는 성공했냐, 실패했냐는 결과를 떠나 자력으로 우주발사체를 개발하고, 발사해 봤다는 것 자체만으로 우리의 우주개발 여정에서 소중한 경험과 축적의 자산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얼마 전 방송된 TV 광고도 누리호가 가진 의미를 다뤄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줬다. "너희는 누리호를 보며 우주의 꿈을 키우게 될 거야. 우리는 700㎞를 날아 갔지만, 너희는 달까지 화성까지 날아 가겠지. 다른 나라 기술을 너희가 빌려오는 일은 이제 없을 거야"라는 광고 속 자막처럼 누리호 발사는 결코 우주개발의 끝이 아닌 우리의 미래 세대가 우주강국으로 나아가게 하는 여러 과정 중의 하나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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