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흔들리는 이재명

2022. 5. 2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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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장·정치평론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이 흔들리고 있다. 전체 판세가 아니다. 자신이 출마한 국회의원 보궐 선거 지역구인 계양을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론이다. 모노리서치가 경인일보의 의뢰를 받아 지난 20~21일 실시한 조사(인천계양을 500명 무선가상번호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4.4%P 응답률8.2% 소개하는 모든 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출마 후보에 대한 지지'를 물어본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46.6%,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 46.9%로 나타났다. 오차 범위 내 초박빙 판세다. 한국정치조사협회연구소가 기호일보의 의뢰를 받아 20~21일 실시한 조사(인천계양을 501명 유선자동응답 및 무선가상번호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4.4%P 응답률4.6%)에서 '출마 후보에 대한 지지'를 물어보았더니 이 후보 47.4%, 윤 후보 47.9%로 나왔다. '흔들리는' 이재명이다.

이재명 선대위원장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 출마를 결정했을 때 대체적인 선거 판세 전망은 이재명 후보의 낙관적인 우세였다. 지난 20여 년 간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인천 계양을 지역구가 흔들릴 것으로 보는 전망은 거의 없었다. 송영길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곳에다 이재명 후보가 대선 당시 이겼던 지역이므로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계양을 지역구 출마에 대한 비판을 받기는 하겠지만 이 위원장이 낙승할 것이고 더 많은 선거 운동 시간을 다른 지역구나 승리를 꼭 쟁취해야 하는 인천과 경기도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예상과 정반대로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이재명 전 대선 후보와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 사이의 여론조사 결과는 깻잎 반장 정도 차이다. 최종 결과야 당장 알 수 없지만 만약에 이 위원장이 선거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가까스로 살아남는 수준이 된다면 사실상 패배나 다름없을 정도의 정치적 타격이다.

그렇다면 이 위원장이 당선 유력시되었던 지역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국정 안정에 힘이 실린 선거구도'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식을 치른 지 불과 20여 일 만에 실시하는 지방선거다. 국정 안정인지 정권 견제인지 나누어 볼 때 국정 안정에 더 힘이 실린다.

두 번째는 '국민의힘으로 기울어진 정당 지지율'이다. 5월 들어 발표되는 정당 지지율 추세는 국민의힘은 대체적으로 40%대의 안정적이고 상승 추세인 반면 민주당은 점차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선거 패배에 따른 영향이 있겠지만 4월 말과 5월 초 통과를 강행한 '검수완박법'에 대한 여론의 반발 심리까지 작동하고 있어서다.

이재명 위원장의 계양을 지지율이 침체되어 있는 세 번째 이유는 '재등판에 대한 약한 명분'이 발목을 잡아서다. 당의 위기 상태에 등장해야 할 불가피한 결정이라면 유불리를 따지지 말았어야 한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계양을에 등장한 이 위원장에 대해 지역 주민들은 납득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간판격인 이재명 위원장이 계양을에서 여론조사 추세대로 힘든 선거를 펼치고 만약 낙선하거나 이겨도 겨우 이기는 결과가 나온다면 어떤 정치적 파장이 야기될까. 첫째는 '8월 전당 대회 출마 불가능'이 예상된다.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선거의 압도적 승리와 함께 인천과 경기도의 낙승을 끌어냈을 때 8월 전당 대회에서 당 대표 도전이 희망적일 텐데 어려워지게 된다.

둘째는 '친문 강성 지지층의 재등장'이다. 지난 대선 경선 과정부터 이 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친문 강성 지지층이 당권 장악을 시도하게 되고 당의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게 되면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부터 정부, 여당과 제 1야당인 민주당의 충돌 강도와 빈도는 더 격렬한 수준으로 증폭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예상되는 정국 변화는 '전면적인 정치 재편의 신호탄'으로 인식될 수 있다. 대선 패배 이후 이 위원장을 중심으로 당의 구심점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계파에 따라 합종연횡이 시도되는 정계 개편 국면을 배제하기 어려워진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정계개편이 모색될 개연성이 커진다. 보궐 선거 지역구의 하나인 계양을의 결과가 전체 정치판을 송두리째 뒤엎어 놓을 나비 효과와 카오스 효과의 진원지가 되는 셈이다. 말 그대로 이재명은 흔들리고 당은 위태로워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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