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감 첫 TV 토론..정책대결보다 조희연·전교조 때리기

김민제 2022. 5. 23. 17: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6.1 지방선거]서울시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TV 토론
고교학점제·자사고·교육격차 주제였지만
'조희연 책임론'과 '전교조 비난'에 치우쳐
전교조, 인권위에 혐오 중단 긴급 구제신청
조희연(왼쪽부터)·조전혁·박선영·조영달 서울시교육감 후보들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에서 열린 서울시교육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교육감 후보들의 첫 텔레비전(TV) 토론회가 열렸다. 진영논리와 단일화 싸움에 밀렸던 ‘교육정책 대결’이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으나, 보수 후보들은 현직 서울시교육감이자 진보 후보인 조희연 후보 책임론을 제기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를 비난하는 데 시간 대부분을 할애했다.

서울시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23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한국방송(KBS)에서 서울시교육감 후보자 법정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조희연 후보와 박선영 후보, 조영달 후보, 조전혁 후보가 참석했다. 지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10% 이상 득표한 후보와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5% 이상 지지율을 얻은 후보가 초청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교통방송>(TBS) 의뢰로 지난 20~21일 서울 거주 만 18살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결과, 조희연 후보가 27.4%로 1위, 조전혁 후보가 20.6%로 2위로 나타났다. 이어 박선영 후보(11.0%), 조영달 후보(8.8%), 최보선 후보(5.7%) 순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주제는 고교학점제, 자사고·특목고, 교육 격차 해법으로 한정됐으나, 이날 토론은 조희연 후보 공격에 치우친 모습이었다. 고교학점제에 대한 토론에서 조희연 후보는 “고교학점제 취지는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보수 후보들은 강의실이나 교사 등 물적·인적 토대가 준비되지 않았다며 이견을 보였다. 조영달 후보는 “고교학점제를 하려면 교육감이 안정을 찾아야 한다. 조희연 후보는 현재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 1호로 기소됐다”고 말했다. 이어 “처벌 받으면 업무에 지장을 받는다. 지금이라도 물러나면 어떨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조희연 후보가 전교조 소속 해직교사 등을 부정 채용한 혐의로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되고 검찰이 기소한 것을 거론하며 사퇴를 촉구한 것이다.

자사고·특목고를 주제로 한 토론에서도 조희연 후보를 향한 공세가 계속됐다. 박선영 후보는 “조희연 후보는 8년 간 ‘자사고·특목고 죽이기’를 했다. 정작 조 후보의 자제는 외고를 나왔다. ‘내로남불’ 아니냐”고 비판했다. 조희연 후보는 “자녀들이 외고를 나온 것은 오래 전이지만 부족한 점이 있다면 비판을 경청하겠다. 옳은 교육 방향은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게 맞다”고 받아쳤다.

보수 후보들은 지난 8년 간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저하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희연 후보가 “기초학력 예산도 86억원에서 563억원으로 확장할 정도로 치열한 노력 중”이라고 하자 박선영 후보는 “563억원을 어디에 썼느냐. 동성애 교육하고, 학생인권조례 한다며 교권을 침해하느라 배워야 할 것은 가르치지 않았다”고 했다. 조전혁 후보는 “학력의 하향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서울시교육청은 평가를 거의 하지 않는다”며 “학습진단평가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전교조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도 여러차례 나왔다. 조전혁 후보는 시작 발언에서부터 “전교조 교육감이 전국을 장악했고 학력은 하향 양극화됐다”며 “무능하고 비도덕적인 전교조 교육을 종식할 경험과 소신을 가진 후보는 저 하나”라고 말했다. 조희연 후보가 전교조 해직교사 채용으로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된 것과 관련해 “교권 보호 행위였다”고 항변하자, 박선영 후보는 “범죄자를 학생 앞에 세운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말했다. 전교조는 이처럼 보수 교육감 후보들이 ‘전교조 교육 아웃(OUT)’ 등 구호를 내세우는 것과 관련해, 지난 20일 국가인권위에 선거운동 기간 이러한 표현 사용을 중단하도록 즉각 조치해달라는 긴급 구제신청을 냈다고 23일 밝혔다.

한편 장외에서는 단일화 문제를 둘러싼 보수 후보들의 진흙탕 싸움이 격해지고 있다. 지난 22일엔 조전혁 후보가 박선영 후보를 욕설로 지칭하는 녹음본이 공개되기도 했다. 한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녹음본에서 조전혁 후보는 조영달 후보와 통화 중 “까놓고 얘기하겠다. 저 XXX는 끝까지 나올 거다. 그런 느낌 안 가졌냐”고 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조희연 후보와 최보선 후보가 지난 22일 정책연대를 맺고 교사 수업역량 강화 및 행정업무 최소화, 인공지능 기반 학습지원 시스템 구축, 사회적 약자 학습 지원기금 조성 등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전교조 전 부위원장 출신의 강신만 후보 쪽은 23일 <한겨레>에 “현재로서는 조희연 후보와 정책 연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