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서거 13주기 추모객 1만8000명..'다시 민주주의' 야유·환호 엇갈려

김정훈 기자 2022. 5. 2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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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전시관’ 안을 추모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김정훈 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모제가 엄수된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등에게는 환호를, 한덕수 국무총리·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등 당정 인사들에게는 야유를 보냈다.

봉하마을 입구에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신 우리가 함께 이어 나가겠습니다’ ‘성공한 대통령 문재인 끝까지 함께 합니다’ 등의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문 전 대통령은 추모제 시간보다 4시간 이른 오전 10시쯤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2017년 5월10일 대통령 취임 후 10여 일 만에 엄수된 노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행사에 참석한 후 처음으로 봉하마을을 찾았다. 문 전 대통령은 검은색 양복에 검은 넥타이 차림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모제가 엄수된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걸린 현수막. 김정훈 기자

차에서 내린 문 전 대통령은 몇몇 시민들과 악수를 한 후 노 전 대통령 기념관으로 운영될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을 관람했다. 체험관은 추모제에 맞춰 이날 하루 특별개관한 후 시범운영을 거쳐 8월 27일 정식으로 문을 연다. 체험관 방명록에는 추모객들이 ‘다시 민주주의’ ‘보고 싶습니다’ ‘깨어있는 시민이 되겠습니다’ 등의 글을 남겼다. 문 전 대통령도 체험관 방명록에 ‘깨어있는 시민들이 당신의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문 전 대통령은 50분간 체험관을 둘러봤다.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인사했다. 지지자들은 박수·환호와 함께 ‘고맙습니다’ ‘고생했습니다’ ‘사랑합니다’를 연호했다. 이후 문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머무는 사저로 향했다.

행사 안내를 맡은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추모객들도 이른 아침부터 계속 묘역을 찾았다”고 말했다. 재단 측은 이날 추모객들을 1만8000명으로 추산했다.

추모객들은 자전거 동호회원, 노란색이나 파란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연인, 유모차를 동반한 젊은 부부,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 신사 등으로, 전국에서 묘역을 찾았다. 추모객들은 묘역에 하얀 국화꽃을 바치거나 노란색 바람개비, 풍선을 들고 묵념했다.

23일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 입구 사진 찍는 곳에서 추모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오후 2시쯤 묘역 옆 잔디밭에서 열린 추모행사장에는 여야 지도부와 인사들이 속속 참석했다. 문 전 대통령 등 문 정부 당시 인사와 야당 인사들이 참석할 때는 추모객들이 이름을 연호하며 환영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대기 비서실장 등이 행사장에 들어설 때는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추도식은 ‘나는 깨어있는 강물이다’라는 주제로 열렸으며, 재단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공식 추도사를 낭독하고 가수 강산에가 추모 공연했다.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늘 ‘사즉생’의 자세로 사셨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그토록 바랐던 민주주의의 완성을 향해서 한 걸음 더 나아가자”고 말했다.

5년 만에 추도식에 참석한 김모씨(52)는 “현 정부가 협치와 화합의 장을 열어야 하는데 분열 양상으로 끌고 가는 것 같다”며 “잘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3년 만에 추모행사에 참석했다는 정모씨(81)는 “현 정부가 다시 갈등을 부르는 정책을 펼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추도식은 유족과 추모객들의 묘역 참배를 마지막으로 모두 마쳤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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