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한미 경제안보동맹 마중물 된 삼성·현대 일자리 1만개

김문관 기자 2022. 5. 2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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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관 조선비즈 정치팀장

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지하 1층 강당 안. 내외신 기자 100여 명이 한미 정상의 등장을 기다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애초 안내됐던 회견 시간을 45분쯤 넘긴 4시 15분 나란히 연단에 섰다. 강당 위에 올라선 양국 정상의 표정은 대체로 밝아 보였다. 이번 회담은 내년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격상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안보 동맹, 경제 기술 동맹, 글로벌 전략 동맹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양국정상은 북한의 위협에 대해 핵을 포함한 모든 방어 역량을 동원할 것임도 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윤 대통령과 ‘캐미’가 좋았다”고 회담이 길어진 이유를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관례적으로 과거 미국 대통령은 동아시아 순방 시 일본을 찾은 후 한국을 찾았지만, 이번에는 ‘한국 퍼스트’ 였다. 보다 구체적으론 삼성을 동아시아 순방 첫 방문지로 찾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오후 방한 직후 경기 평택 삼성캠퍼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아 윤 대통령과 22분쯤 반도체 시설을 둘러본 후 가진 연설에서 “미국에 기존 2만 개 일자리에, 3000개 일자리가 더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방한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바이든 대통령이 있는 하얏트 호텔을 찾아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에 새 일자리 8000개가 생길 것임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 내 지지율 상황이 썩 좋지 않음을 감안하더라도 자국에 도움이 될만한 행보다.

대통령실은 삼성이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정상에 오르겠다는 의지에 다가가려는 행보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팹(제조공정) 착공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2024년 완공을 목표로 170억달러(약 21조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이 나란히 첫 일정으로 평택공장을 찾은 건 반도체를 통한 ‘한미 경제안보 동맹 강화’ 차원”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문제 등을 같이 해결해 나가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2박 3일 한미정상회담 일정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갈팡질팡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리의 선택은 ‘70년 혈맹’ 미국이라는 점을 전 세계에 알린 것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10일 ‘자유’를 35번이나 말하면서 공식 취임했을 때 이미 예고된 장면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일각에선 한국 외교의 전략적 지향점이었던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함께한다’는 뜻의 ‘안미경중(安美經中)’ 노선이 폐기되는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벌써부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배제’ 지적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디지털(분야)을 중국이 열면 된다. 중국이 제도를 바꾸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민주주의’와 ‘인권’ 등의 검색 키워드를 자국 국민들이 보는 것을 싫어한다. 중국이 계속 그렇게 갈 것인지는 중국의 선택이다”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선진국 중심 국제질서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라는 가치 중심으로 권의주의적 정치 질서가 유지되는 국가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재구조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중립국 지위를 포기하고 미국 중심의 안보 동맹의 일원이 되겠다고 나선 것이다. 특히 핀란드의 경우, 구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입장을 취해왔었다. 이런 국가들이 나토가입을 결정했다는 것은, 애매한 중립국 지위가 권위주의 체제인 러시아에 위협받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대중관계에 대해 “새롭게 형성되는 인도·태평양의 질서와 규범을 존중해 가면서 책임 있는 국가로의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소위 ‘중국몽’이라고 불리며 중국에 굴종한다는 비판이 컸던 상황에서 완전히 탈피하겠다는 선언으로 들린다. 한국과 중국의 건강하고 성숙한 관계를 재설정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 됐다는 것이다. 군사 열병식을 보기 위해 천안문 망루에 올랐다가 중국 정부가 잘못된 인식을 하게 만든 박근혜 정부의 실수가 반복돼서도 안 된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단호하지만 섬세한 외교통상 전략과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대의와 원칙을 지키는 것은 물론, 일선 기업과의 소통도 더욱더 늘려가야 할 것이다.

[김문관 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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