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는 늘 겸손해야"..'안녕하세요' 이순재의 일침
배우 이순재는 어느덧 데뷔 67년, 만 86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영화, 드라마, 예능까지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연극 '리어왕'으로 3시간이 훌쩍 넘는 긴 공연 시간도 소화했고, 동료 배우들과는 골프 예능에도 출연했다. '바람, 다녀가셔요', '장수상회', '사랑해요, 당신' 등 다수의 연극도 연이어 선보인다.
-건강은 괜찮은가.
"괜찮다. 공연 올릴 연극도 연습하고 있다. 대학교에서 수업도 지도하고 바쁘다. 노병은 결코 죽지 않는다. 날 써줄 때만 기다리고 있다."
-'안녕하세요'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는지.
"배우는 작품을 해야한다. 과거에 아무도 안하려던 범죄자 역할도 수십번 했다. 배우라면 그래야 한다. 역할이 적성에 안맞거나 이미지 때문에 안할순 있지만, 젊은 배우들이 돈 좀 많이 벌어서 뜨면 작품을 자꾸 고른다. 그건 인기인으로 남는거지, 배우로 남는건 아닌 듯 하다. 내 입장에서 보면 단역부터 주연까지 다 해봤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든다. 이번 작품 같은 경우에는 역할이 좋다. 작품에서 나이 든 배우를 많이 안 쓰는데 좋은 영화가 됐다. 영국에는 작위까지 받은 훌륭한 배우들이 많다. 흔히 단역이라고 해서 무시할 수 있지만 보탬이 된다면 기꺼이 출연해야 한다."
-함께 출연한 김환희와는 67살 차이다. 호흡은 어땠나.
"호흡에 전혀 지장 없다. 연기를 평생 해왔기 때문에 상대방의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김)환희는 걱정할 필요 없이 다 해낸다. 똑똑하다. 환희는 앞으로 장래, 미래가 상당히 밝다고 생각한다. 내가 나이가 많다고 해서 권위의식으로 버티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촬영 순서도 기다려야지 나 때문에 젊은 배우가 손해보면 안된다."
"자세 좋은 후배들은 기억하고 칭찬할 수밖에 없다. MBC '베토벤 바이러스' 할 때 김명민은 인상이 만만치 않다. 어떤 자세인가 봤더니 딱 스탠바이 하면 앞에 나와서 서 있다. 연습도 열심히 제대로 해온다. 그 후로도 (김)명민이 나오는 영화는 시사회도 다 갔다. '페이스메이커'도 다이어트까지 강행하고 그런 자세는 멋지다. SBS에서 방영 중인 '어게인 마이 라이프' 이준기도 열심히 하더라. 故강수연은 꼬맹이 때부터 봐왔다. 대물이 될 배우인데 너무 아깝다. 연기는 끝이 없다. 완성도 없다.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다. 어느 단계 그 이상으로 뚫고 올라가야 한다. 어느덧 글로벌화 됐다. '미나리' 윤여정, '오징어게임' 오영수 등 얼마든지 길이 열려있다. 우리 스스로 젊은이들이 희망과 자신감을 가지고 하나되어야 한다. 나 역시 '꼴두기게임', '문어게임'이라도 좋으니 해보고 싶다."
-'안녕하세요' 작업은 어땠나.
"배우에게 최고의 행운은 좋은 작가, 좋은 연출을 만나는 거다. '안녕하세요'는 시나리오가 좋다. 다루기 쉽지 않은 작품이다. 작품의 바탕이 좋았다. 연출도 유별나게 한 연출이 아니다. 차분하게 간다. 차감독 장래를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쓰고 연출할 거 같다."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의무감이다. 20여년 동안 교단에도 서고 있는데 연기도 하고 수업도 소화하려면 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 정치도 배우도 어느 정도는 행복권을 포기해야 한다. 그런 자세로, 죽을 각오로 임한다. 날 원하는 작품이 있다면 비단 한장면이라도 나간다."
-영화에서 '잘 살아야 잘 죽는다'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어떤 의미일까.
"있어야 할 사람,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사람, 있으면 안되는 사람이 있는데 후자는 되지 말자는 거다. 심신이 깨끗해야 한다. 나 역시 아직도 부족하고 모자란 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인생이다. 최선을 다하고, 나 때문에 피해를 보거나 손해를 보거나 원한을 살지 않고 살면 그게 가장 행복한 죽음 아닐까 싶다."
-젊은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연예인이 공인은 아니지만 공인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예술가는 자유분방 해야 한다고 하기도 하지만 절대 그러면 안된다. 대중을 상대하는 건 정치와도 비슷하다 .항상 자기 절제하고, 나로 인해서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도록 근신해야 한다. 늘 겸손하고 감사해야 한다. 최근에도 한 친구가 차를 타고 가다 사고를 냈더라. 그러면 안된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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