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절반'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면 어떤 변화가?

남종영 2022. 5. 2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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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과학]"종 다양성 위해 보호구역 넓히자" 운동
한국, 육지 17% 보호구역..국제협약 달성
실질적 관리 담보돼지 않으면 '속 빈 강정'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출연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지구상의 위대한 국립공원’은 우리 주변에 보호해야 할 땅과 바다가 많음을 보여준다. 넷플릭스 제공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2016년 지구의 50%를 국립공원 같은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지구의 절반’ 운동을 제안한 바 있다. ‘제6의 대멸종’이라고 불리는 생물종 다양성의 감소가 기후변화, 전염병의 대유행 등과 복잡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지구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었다.

육지와 바다 절반을 국립공원이나 해양보호구역 등 보호구역으로 설정하면, 현생 종의 85%가 살아남을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윌슨은 지난해 12월 타계했지만, 그가 만든 에드워드 윌슨 재단은 ‘지구의 절반’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보호구역 정보를 지도 등으로 시각화하고, 기업과 단체와 협약을 맺고 보호구역 보전 캠페인을 벌인다.

국제사회도 손을 놓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0년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협약에서 각국은 육지 면적의 17%, 바다 면적의 10%를 보호구역으로 넓히자는 목표를 정한 바 있다. 이른바 ‘아이치 목표’라고 불리는 이 수치는 생물종 다양성 보전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 되고 있다.

한국, 육상 보호지역 목표는 달성했지만

한국은 어떨까?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지난 22일 ‘생물종 다양성의 날’을 맞아 국내 보호지역의 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일단 국내의 육상 보호구역은 전체 육상 면적의 17.15%로 ‘아이치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해양 보호구역은 전체 바다 면적의 2.21%로 아이치 목표를 한참 밑돌았다.

육상 보호구역만 놓고 봤을 때, 겉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수치다. 하지만 실상은 수치가 무색할 만큼 방치되고 있었다. 녹색연합은 “절대적인 보호지역 면적은 늘었지만, 전체 보호지역의 38%가 부처별로 중복 지정됐고, 관리가 안 되는 사각지대도 많았다”고 밝혔다.

국내 보호지역은 5개 부처 17개 법에 근거해 보호, 관리되고 있다. 국립공원, 생태경관보전지역, 습지보호지역, 상수원보호구역 등이다. 보호지역 중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것은 자연환경보전지역(24.4%)이다. 하지만 녹색연합은 “국토이용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국토 관리 목적으로 국토를 용도 구분한 것”이라며 “(생물종 다양성 보전을 위한) 보호지역의 정의에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상수원보호구역, 수변보호구역 등도 국제사회에서 생물 다양성 증진을 위해 설정하자는 보호구역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녹색연합은 지적했다.

‘페이퍼 파크’가 대부분이더라

보호구역이 지도 위에서만 존재하고, 실제론 방치되는 일명 ‘페이퍼 파크(paper park)’에 대한 우려도 있다. 녹색연합은 대표적으로 낙동강 하구를 꼽았다. 자연적인 모래톱이 빼어나고 철새가 도래하는 낙동강 하구는 1966년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됐고, 1987년에는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1989년에는 생태계보전지역(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1999년에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또한 해양관리법에 따라 특별관리해역으로, 무인도서 보전∙관리법에 따라 절대보전 무인도서로 지정됐다. 낙동강 하구에는 도요등, 백합등, 신자도 등 무인도가 있다.

김 양식에 쓰인 염산통이 낙동강 하구의 무인도에 나뒹굴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이렇게 보호구역으로 중복 지정됐지만, 낙동강 하구의 실제 보호 면적은 줄기만 했다. 일례로 1966년 천연기념물 지정 당시 면적은 31.9㎢였으나, 하굿둑 공사, 군 작전도로 개선, 명지∙녹산지구 동남권 개발 등을 이유로 지속해서 해제돼 지금은 약 8.7㎢만 남았다. 녹색연합은 “낙동강 하구 섬들이 쓰레기 섬이 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 조사 당시 김 양식에 사용되는 염산통이 나뒹굴고, 파손된 배가 방치된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뛰어난 산호초 군락으로 유명한 제주 서귀포 앞바다의 문섬과 범섬도 마찬가지였다. 천연기념물, 천연보호구역, 생태계보전지역 등으로 지정됐지만, 이 단체가 수중조사를 해보니, 폐그물과 낚시도구 등으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범섬 바다에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해송에 감긴 낚시용 밧줄. 녹색연합 제공

지구의 절반을 국립공원처럼 생물종 다양성을 위한 보호구역으로 만든다는 것은 즐거운 상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관리가 담보되지 않으면, 속 빈 강정이나 마찬가지다. 녹색연합은 “각 법률에 따라 금지 및 허가 행위가 다르게 적용되다 보니, 관리의 통합성과 일관성이 결여되고 정책 목표가 명확지 않다. 동일한 보호지역에 대한 명확한 역할 분담과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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