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쏟아지는 '공공의료' 공약..실현 가능성은

김향미 기자 2022. 5. 2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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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23일 공공의료 전국순회캠페인 결과 보고 및 이후 활동 방향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제공

“강원도 18개 시·군 중 15곳이 응급의료 취약지역이고, 종합병원까지 평균 거리는 30㎞가 넘습니다.”

“대구는 재작년 코로나19 때 공공병원의 부족한 병실로 환자들이 대기하다가 숨지거나 타 도시로 이송됐습니다.”

“서울 공공병원도 2년 동안 코로나 대응을 전담하면서 의료진 역량이 떨어져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응급실이 부족했고, 중환자를 볼 수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6·1 지방선거 후보들의 공공의료 확충 공약을 이끌어내기 위해 지난달부터 11개 시·도 순회 캠페인을 진행한 결과를 보고했다. 보건의료노조 각 지역본부에서 파악한 공공의료 부족실태는 위와 같다. 취약지역에서의 공공병원 신설 및 기능 강화, 보건의료 인력 확충이 시급한 과제로 제시됐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모든 지역이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그렇다보니 공공의료 투자는 하지 않고 의료 불평등이 심각하다”며 “수도권은 과밀한 인구 대비 공공의료 투자가 적어 감염병 시대에 치명률을 높이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각 지역에서 토론회, 정책협약, 간담회 등을 통해 지방선거 후보들 다수가 ‘공공의료 확충’을 공약했다고 전했다.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위기를 경험했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요구도 높아졌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권수정 정의당 후보 등은 보건의료노조 측과 정책협약을 맺고 기존 공공의료기관의 시설·장비·인력 등 인프라 확충, 1인당 보건의료예산 대폭 확대, 서북권 시립병원 건립 등을 공약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4대 취약계층 지원 공약에 ‘의료’를 넣고, 서울형 공공병원 설립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제2 대구의료원 건립’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제2 대구의료원 건립 추진과 관련해 4명의 후보 중 홍준표 국민의힘 후보만 “검토가 필요하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홍 후보는 2013년 경남지사 재직 당시 공공의료시설인 진주의료원을 폐원한 바 있다.

최근 일상회복 조치들이 이뤄지면서 공공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줄어든 상황에서 ‘선거용 공약(空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공공병원 짓는 데는 예산이 많이 들고, 의대 정원 증대 등은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 결정이 선행돼야 한다. 지자체장의 약속·의지만으로 공공의료 정책 확대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코로나19 대응은 전체 병상의 10% 수준이 공공병원에서 약 90%를 감당했다. 보건의료인력의 ‘번아웃’(소진)이 문제가 되면서 정부도 지난해 9월 보건의료노조 측과 노·정합의를 통해 공공의료 확충을 약속한 바 있다.

나순자 위원장은 “9·2 노·정합의에서도 공공의료 확충 시 중앙정부가 (지자체보다) 재정부담을 더 지는 쪽으로 노력하고, 공공병원의 적자를 보전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보건복지부와 주기적으로 노·정합의 이행사항을 점검하고 있고,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워낙 주민들의 공공병원 확충 요구가 높아서 후보들도 의지가 강한 편”이라고 전했다. 장원석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지방선거이기 때문에 지역 정치인들이 공공의료에 관심을 많이 보이지만 선거 이후에도 잘 실행할 수 있을지 우려도 있다”며 “지방선거 공약 실천을 모니터링하고 시민단체, 전문가들과 공약들을 제도화하기 위한 싸움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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