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라수마나라', 신비한 이야기의 알쏭달쏭한 '함정'[편파적인 OTT뷰]
[스포츠경향]
OTT 플랫폼의 성장은 한국 드라마에 용기를 줬다. 풍부한 자본의 위력으로 그동안 제작자들의 머릿속에만 갇혀있던 상상을 외부로 표현할 수 있게 했다. 그래서 한국 드라마와 거리가 있었던 것 같았던 좀비물도, 괴생명체가 등장하는 크리쳐물도, 다양한 스릴러나 수사물도 구현이 가능해졌다.
넷플릭스에서 지난 6일 공개한 ‘안나라수마나라’ 역시 이러한 ‘상상력 해방’의 결과물이다. ‘목욕의 신’ 등으로 유명세를 탄 하일권 작가의 원작 웹툰에 ‘이태원 클라쓰’를 연출한 김성윤 감독이 상상력을 덧댔다. 현실의 고단함과 비루함에 힘들어 하던 주인공 윤아이(최성은)에게 어느 날 동네 문을 닫은 유원지의 정체불명 마술사 리을(지창욱)이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기본적으로 ‘안나라수마나라’는 여러 장르의 모습을 하고 있다. 미성년자인 주인공이 신비한 인물을 통해 껍질을 깨고 나온다는 점에서는 윤아이 그리고 나일등(황인엽)의 성장담이다. 여기에 마술, 놀이공원 등 유년시절의 기억을 자극하는 동화가 있고, 말하는 대로 이뤄지는 모습들이 총천연색의 CG(컴퓨터 그래픽)를 통해 재현되는 판타지물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마술사의 모습이 과연 선인지 악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추리 그리고 스릴러의 요소도 있다.
무엇보다 ‘안나라수마나라’의 특징은 ‘뮤직 드라마’라는 점이다. ‘뮤지컬 드라마’와는 살짝 다른 개념일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음악이 등장한다. 하지만 첫 회의 단체군무 장면을 빼놓고는 정통 뮤지컬의 모습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감정을 대사가 아닌 노래로 전하는 작품이 굉장히 드물었다는 사실을 돌아보면 ‘안나라수마나라’의 도전은 의미가 있다.
이 많은 의미와 가치에도 불구하고 ‘안나라수마나라’의 이야기를 살피면 그만큼 장르의 장점을 살린 이야기였는지는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드라마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일 수 있다. 이야기에서는 아이의 고단한 삶과 성장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하고, 무한경쟁에 내몰렸다 정신을 차리는 일등의 이야기도 있어야 한다. 거기다 아이와 일등의 오해와 이해, 마술사 리을의 정체 그리고 아이와 리을의 교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한다.
드라마는 6회 분량이지만 성장과 추리의 균형은 적절하게 안배되지 못했다. 그래서 5회 이후 급격하게 극의 분위기가 바뀐다.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보이면서도 리을의 정체가 과연 위로와 성장을 돕는 신비한 마술사인지, 마을의 흉흉한 소문을 그대로 반영하는 추악한 사기꾼인지 시청자가 쉽게 가늠할 수 없게 하는 균형의 긴장감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한 쪽으로 쏠린 듯하다.
지창욱의 연기도 연기지만 ‘괴물 신예’로 불렸던 최성은의 갖가지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은 놀라움과 흐뭇함을 안겨준다. 하지만 이렇게 신비한 이야기지만 너무 신비했던 탓에 정주행을 완료하고 나면 ‘이게 무슨 이야기였지’하고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느낌이 있다. 신비한 마술사의 이야기는 신비한 채 그대로 그 전개도 알쏭달쏭한 한 편의 ‘마술’이 되고 말았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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