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 간부, 퇴근길 집 앞 총격 테러로 숨져..배후는?

박효재 기자 2022. 5. 2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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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하산 사야드 호다에이 이란 혁명수비대 대령이 22일(현지시간) 테헤란 자택 인근에서 괴한의 총격으로 숨졌다. 호다에이 대령의 유족들이 사건 현장을 찾아 오열하고 있다. 테헤란|로이터연합뉴스

이란 정예군인 혁명수비대의 고위 간부가 수도 테헤란 자택 인근에서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다. 이란 정부는 ‘혁명의 적’들이 벌인 테러라고 규탄했다. 다만 기존의 이란 적국들의 테러와 달리 핵개발 과학자가 아닌 군 고위 간부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이란 내부 반대 세력의 소행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산 사야드 호다에이 혁명수비대 대령이 22일(현지시간) 오후 4시쯤 집 앞에서 오토바이를 탄 두 명의 무장 괴한에 의해 암살당했다고 국영통신 IRNA 등이 전했다. 괴한 2명이 호다에이 대령의 차량에 다가와 총탄 5발을 발사하고 달아났다. 혁명수비대와 보안 당국은 달아난 괴한들을 쫓고 있다.

이란 현지매체들은 호다에이 대령을 ‘성역의 수호자’라고 불렀다. 보통 이 명칭은 이슬람 시아파 국가들에서 군인으로 복역한 이들을 가리킨다. 호다에이 대령은 혁명수비대의 해외 작전을 담당하는 쿠드스군 간부로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의 전투를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명수비대는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했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호다에이 대령이 세계적으로 오만한 세력과 연계된 테러리스트 대원들에 의해 암살당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오만한 세력’이란 표현은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 등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이란 정부는 고위 인사가 암살 당할 때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를 배후로 지목하곤 했다. 호다에이 대령의 암살 배후를 주장하는 세력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란의 고위 인사가 기습적으로 피살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11월엔 이란의 핵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테헤란 교외에서 차량 폭발로 숨졌다. 이란은 당시에도 범행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2020년 1월엔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가 이라크 바그다드를 방문 중에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피살됐다.

다만 알자지라 등은 이란 정부 정책 등에 반발하는 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란 정부가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지 않았고 이번 암살이 기존 테러와 달리 핵개발 과학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바스 아슬라니 중동전략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혁명수비대 유력 인사 제거는 심리적인 측면에서 작전을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란 정부가 반정부 시위로 이어질 수 있는 경제개혁을 단행한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사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란의 독특한 정치 체제인 이슬람 신정공화제 체제 유지 목적으로 창설된 군대로 그 대가로 정부의 경제활동에 깊숙이 관여한다. 한편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지난 12일 보조금 개편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빵, 의약품, 휘발유 가격은 어떤 상황에서도 인상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중앙은행은 앞으로 두 달 간 총 460조리알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자지라는 보조금이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데 부유층은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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