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 궁금해" 박찬욱 감독 외신 인터뷰..미리보는 '헤어질 결심'

조연경 기자 입력 2022. 5. 23. 14:57 수정 2022. 5. 26.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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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할리우드 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가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기간 발행되는 특집판을 통해 경쟁부문 공식 초청작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의 인터뷰를 실었다. 〈사진=JTBC엔터뉴스〉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하하."

'깐느 박' 박찬욱 감독이 칸에 뜬다. 박찬욱 감독은 6년만 한국 영화 신작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을 들고 제75회 칸국제영화제(Cannes Film Festival·이하 칸영화제)를 방문한다. 23일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되는 '헤어질 결심'을 위해 박찬욱 감독과 탕웨이, 박해일이 칸에 입성했다.

외신 할리우드 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는 영화제 초반 특집판 소식지를 통해 미드나잇 스크리닝 '헌트'('HUNT') 이정재 감독을 시작으로 경쟁부문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브로커'('Broker')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진행한 인터뷰를 매일 한 편씩 공개했다.

3년 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K콘텐트가 주목도를 높이면서 한국 작품과 문화는 글로벌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도 한국 영화는 '주류' 콘텐트로 외신의 관심 역시 한 몸에 받고 있다.

때문에 박찬욱 감독은 칸이 기다리고, 전세계 영화 팬들이 기다린 글로벌 거장이다. 할리우드 리포터 역시 "2004년 '올드보이'로 칸을 눈부시게 한 마스터 스타일리스트가 6년의 공백 후 로맨틱 스릴러로 다시 돌아왔다"고 환영했다. 앞서 또 다른 외신 스크린데일리(ScreenDaily)는 특집판 1일 자와 2일 자 표지를 모두 '헤어질 결심'으로 택해 박찬욱 감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올드보이'가 처음 칸에 초청됐던 당시를 회상하며 "칸영화제에서 '올드보이'가 상영 됐을 때,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 영화는 상대적으로 희귀했다. 때때로 임권택 감독 등 작품이 경쟁부문에 진출하기는 했지만 한국 영화계의 창의성이 완전히 인정되기까지는 몇 년이 더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올드보이'는 놀라운 강렬함과 독창성을 지닌 영화였고, 그 해 칸에서도 드물게 예외를 인정했다. 당시 '올드보이'는 한국에서 6개월 전 이미 개봉했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제 주요 경쟁부문에 진출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심사위원장이었던 심사위원단으로부터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으며, 한국 산업 발전의 기둥이 됐다"고 찬양했다.


국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친 박찬욱 감독은 박찬욱의 색깔을 잃지 않는 필모그래피로 꾸준히 사랑 받았다. 그리고 이번엔 완전히 다른 형식의 '헤어질 결심'으로 컴백한다. '헤어질 결심'은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난 뒤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두게 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리는 수사멜로극. 박찬욱 감독의 새로운 작품 세계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의 시작에 대해 "영감의 원천은 두 가지였다. 먼저 수년 동안 나는 주인공이 경찰이나 형사인 작품들을 많이 봐 왔다. 개인적으로 그러한 종류의 영화를 좋아하지만, 항상 주인공들의 묘사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작품 속 그들은 늘 거칠고 폭력적이거나 일종의 천재 탐정이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과 나와 같은, 평범하게 출근하고 일을 하는 경찰 영화를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두 번째 영감은 사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이봉조 작곡에 정훈희가 부른 '안개'였다"고 깜짝 고백한 박찬욱 감독은 나는 항상 이 노래를 로맨스 영화에서 사용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래서 특정한 유형의 탐정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와, '안개'를 통한 낭만적인 느낌을 생각했고 두 가지를 병합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낭만의 하위 플롯이 있는 경찰 영화를 원하지는 않았다. 마치 화학 반응이 일어나 완전히 융합된 것처럼 이 두 요소가 완전히 결합되기를 원했다"고 강조했다.

박찬욱 감독은 형사가 용의자를 심문하는 장면을 로맨스 영화의 방식으로 전개했다고. 텍스트를 아무리 읽어도 영화로 직접 확인해야 '아!'하고 이해가 될 법한 대목이다. 할리우드 리포터 기자는 유튜브를 통해 '안개'의 일부 버전까지 찾아 봤다고. 박찬욱 감독은 "한국에서는 아주 유명한 노래이고, 어렸을 때 많이 들었다. 그 가수는 한국에서 사랑 받고 있으며 여전히 공연을 하고 있다. 처음에 노래에 빠졌을 땐 이미 영화에 쓰인 곡인 줄은 몰랐다. 김수용 감독이 연출한 한국의 고전 영화 '안개'(1967)에 반복해서 나온다"고 귀띔했다.

디테일한 설명은 더 이어졌다. 알고보니 '헤어질 결심'은 '성덕' 박찬욱의 결과물이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은 "최근 '위대한 남자 포크 가수' 송창식도 이 노래를 커버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도 매우 유명하고 제가 열렬한 팬이라 그 사실을 알고 정말 놀랐다"며 "하지만 그의 녹음을 들어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영화에서 두 가지 버전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 "결과적으로 남자 목소리는 사용하지 않았다. 영화 전체에 '여성 버전'을 삽입하는 것이 옳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전설적인 가수를 불러 듀엣으로 녹음을 하게 했고, 엔딩 크레딧에는 사용했다. 이건 나에게 완전히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들은 내 평생의 영웅이었고 두 사람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함께 녹음하도록 초대할 수 있다는 것은 내 꿈이 이루어진 결과다"고 자랑했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 프로젝트의 '스타일 목표'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그간 박찬욱 감독의 영화들은 '미장센'으로 놀라움을 선사했던 바. "관객들이 스타일 면에서 이 영화에 어떻게 반응할지 정말 궁금하다"는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나 '올드보이'는 시각적으로 매우 구별되고 화려하다. 하지만 '헤어질 결심'에는 그런 것이 없다. 생각해보면 스타일이 반드시 충격적일 필요는 없다. 이 영화는 조용하고 전혀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일관성이 있으며 그것이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박찬욱 감독은 "과거 한국 영화 거장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려고도 했다"며 "그래서 좀 더 클래식한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에 '헤어질 결심'을 관람한 관객들이 그 지점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 매우 궁금하다"고 반복된 속내를 내비쳤다.

이러한 접근 방식의 변화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열망에서 비롯된 것일까. "한 가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이 영화가 '어른들을 위한 영화'라는 것이다"고 밝힌 박찬욱 감독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에는 충격적인 폭력이나 노출이 전혀 없기 때문에 십대들이 보기에 완전히 괜찮은 영화를 만든, 매우 드문 경우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볼 수는 있지만 그들에게 전혀 매력적이거나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내가 말하는 '성인용 영화'는 진정으로 성숙한 인간 관계에 관한 영화라는 뜻이다"고 어필했다.

박 감독은 "누군가를 잃었거나, 누군가를 놓아줘야 했던 모든 사람들을 위한 작품이다. 그것은 매우 미묘하고 정의하기 어려운 감정이지만, 삶의 과정에서 당신에게 일어나는 매우 복잡한 심리적 변화와 낭만적인 관계를 갖는 경험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삶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반응은 궁금하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등 박찬욱 감독의 필모그래피 특징 중 하나는 '독창적 여성 캐릭터'가 가득하다는 지점이다. '헤어질 결심'의 주인공 서래는 어떤 면에서 끌렸을까. 그리고 서래를 연기한 중국 배우 탕웨이는 한국어에 대한 이해가 다소 제한될 수 밖에 없는 만큼, 박찬욱 감독이 만들고자 했던 캐릭터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를 했을까.

박찬욱 감독은 "내가 매우 철학적인 답변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당신을 실망 시킬까 봐 두렵다"고 먼저 약한 모습을 보인 후 "어느 날 늘 같이 작업하는 정서경 작가와 '차기작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완전히 새하얀 페이지를 갖고 있었고, 그저 가벼운 회의였다. ''안개'라는 곡을 로맨틱한 느낌으로 사용하고 싶다. 아주 평범한 형사를 남자 주인공으로 하고 싶다'는 것 정도가 시작이었다"고 회상했다.

그 때 정서경 작가는 "여자 캐릭터는 중국인이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 박찬욱 감독이 "왜?"라고 묻자 "그래야 탕웨이를 캐스팅 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그 자리에서 동의했다는 박찬욱 감독은 "내가 탕웨이의 열렬한 팬이라 늘 같이 작업을 하고 싶었다. 결국 탕웨이와 그녀의 캐릭터인 서래는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할 때, 탕웨이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음에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고, 처음엔 그녀의 모든 이전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인상을 캐릭터의 기초로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또 "그러다 결국 탕웨이를 만났을 땐 정말 친해졌고, 더 많은 수정 과정을 거쳤다. 탕웨이의 우아함은 내가 확실하게 캐릭터에 녹여냈다. 서래는 영화배우가 아니지만 그녀는 우아하게 태어났고, 앉는 방식, 걷는 방식, 말하는 방식에서 그녀의 우아함을 볼 수 있다. 거기에 서래는 위엄과 솔직함도 깊다.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으며 고집도 세다. 이것들은 모두 탕웨이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말할 수 있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박찬욱 감독은 영화 속 극적 배경이 되는 '산과 바다'에 대해서도 살짝 언급했다. 극중 서래는 한국어를 배우는 방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인 고대 중국 책 '산해경'을 중국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하려 한다. 그것은 산과 바다, 그리고 지구상의 모든 이상하고 아름다운 것에 관한 책이다. 우리는 이 전제를 설정하는 장면을 촬영했지만 최종 편집에서는 살짝만 보인다"며 "그리고 바다를 사랑하는 서래와 형사가 산에서 안개가 자욱한 해변으로 이야기가 옮겨갈수록 또 다른 매력을 뿜어낸다"고 예고해 궁금증을 높였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박찬욱 감독의 '글쓰는 방식'에도 관심을 보였다. 특히 박찬욱 감독이 선보인 그 간의 작품들은 원작이 있거나, 공동 집필로 탄생한 경우가 많다. "난 작품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타입의 작가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는 박찬욱 감독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정규 시간 동안 규칙적으로 일정을 잡고 주말에는 휴식을 취한다. 단순하게 체크인하고 체크아웃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정부 관료 같기도 하다. 그리고 혼자 글을 쓰지도 않는다. 그렇게 하면 몹시 외로워지고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박 감독은 "실제로 공동 작가와 작업하는 방식은 클라우드에서 동일한 파일을 공유하고 같은 방에 있는 각자의 컴퓨터에서 작업을 한다. 같은 방에 있어도 기본적으로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계속 입력하고 입력합니다. 나는 화면에서 그녀의 단어를 볼 수 있고 그녀는 그녀의 화면에서 내 단어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말 그대로 그냥 함께 쓴다. 그러다가 마지막 며칠 간은 혼자 일을 한다. 나는 스크립트에 마지막 터치를 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고 필요한 작업이라 생각한다. 영화 제작 과정의 모든 단계와 단계 중에서 가장 편안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단계는 집필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이는 한국 영화지만, 그렇다고 박찬욱 감독이 6년 내내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TV시리즈 '리틀 드러머 걸', 단편 영화 '일장춘몽'을 연출했고 사진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의미있는 컴백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난 내가 일하는 모든 형식과 매체를 소중히 여기고, 우선 순위나 가치에 따라 정렬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길고 힘든 팬데믹 시대 이후 극장에서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진심을 표했다.

그는 "전염병 이전에는 우리 모두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다. 내가 장편 형식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들이 중단 없는 집단적 경험을 하기 위해 영화관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관객들이 지난 몇 년 동안 쌓아온 영화 감상 습관, 즉 작은 화면으로 영화를 보고, 휴대폰을 보기 위해 끊임없이 멈추고, 조금씩 영화를 보는 습관을 버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따라서 기능 형식으로 다시 작업하는 것은 나에게 특별히 중요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마지막으로 박찬욱 감독은 "칸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Thierry Fremaux)가 말했듯 당신은 칸 가족의 일원으로 이 축제의 단골이다. 칸에서 특별한 추억이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박찬욱 감독은 "칸에 대한 나의 가장 위대한 기억은 상을 받거나 내 영화가 상영되는 것과 아무 관련이 없다"며 "그건 지난 2017년, 내가 위대한 영화 제작자들과 심사위원으로 일하게 됐을 때다. 난 심사위원들과 함께 앉아 그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내 생각을 말할 수 있었고, 우리는 매우 흥미롭고 매우 열띤 토론을 했다. 모두 다른 나라, 다른 배경을 가진 매우 다른 사람들이 모였지만 영화 제작자로서, 더욱이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로서 우리는 모두 하나였다"고 흡족해 했다.

칸(프랑스)=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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