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면 언제든 연락주세요"..극단선택 막기 위해 번개탄에 스티커 붙이는 충북 영동군
[경향신문]
시커먼 연탄과 얇은 비닐봉지로 구성된 번개탄이 변신하고 있다.
“전화 한통, 번개탄을 위한 발걸음보다 소중합니다.” “많이 힘드셨죠? 다 괜찮아요, 힘들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충북 영동군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번개탄에 붙어 있는 스티커 문구들이다. 충북 영동보건소는 번개탄을 이용한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 번개탄 전용보관함과 번개탄에 부착할 자살예방 스티커를 제작해 배부했다고 23일 밝혔다. 대상은 영동군에서 번개탄을 판매하는 업소 중 21곳이다.
이 업소들은 번개탄에 자살예방 안내 문구가 적혀있는 스티커를 부착해 판매하기로 했다. 영동보건소는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인터넷 등을 참고해 문구를 만들었다.
특히 이 업소들에 비치된 번개탄 전용보관함은 모두 내부가 보이지 않게 만들어졌다. 영동보건소가 비진열식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서 만든 보관함이다. 진열대에 놓고 판매하면 쉽게 눈에 띄고 충동적으로 번개탄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영동보건소는 지역에서 매년 1~2차례 번개탄을 이용한 극단선택 사고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벌써 1명이 영동에서 번개탄을 이용해 극단선택을 했다. 영동보건소에 따르면 2020년 영동에서는 13명이 극단선택으로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1명이 번개탄을 이용했다.
영동군보건소는 이밖에 수년 전부터 번개탄 구매자가 술과 노끈 등을 함께 사가거나 분위기가 침울 할 경우 판매점 업주가 보건소 상담 안내 문구가 적힌 홍보물을 나눠주는 사업을 진행해왔다. 또 판매점 앞에는 자살예방사업 참여 판매점이라는 작은 현판도 걸었다. 영동보건소 관계자는 “지역에서 번개탄을 이용해 극단선택을 하는 사례는 드물지만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스티커와 불투명보관함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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