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주주 적격성 불충족' 통보

김현동 2022. 5. 23. 14: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흥국증권·흥국생명 등에 대주주 적격성 불충족 조치명령
이해상충 방지장치 마련해야..경영관여 차단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금융당국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금융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 행사를 제한했다. 지난해 이 전 회장 출소 이후 진행된 흥국생명보험과 흥국화재, 흥국증권 등의 인사와 조직 개편 등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6일 흥국생명과 흥국증권 등 태광그룹 금융 계열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 이 전 회장이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통지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27일 열린 이 전 회장에 대한 최대주주 자격 심사 결과 이 같은 조치안을 의결했고, 흥국생명과 흥국증권은 최근 이같은 통보 사실을 공시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은 보험사, 증권사 등의 최대주주에 대해 2년마다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을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과 금융관련법령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어야 대주주 자격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공정거래법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3억원의 벌금형을 처분받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 전 회장의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이 충족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그 형이 확정된 경우에는 의결권까지 제한되지만 이 전 회장의 경우 의결권 제한 조치는 받지 않았다.

최대주주 자격요건 미달로 인해 흥국생명과 흥국증권 등은 이 전 회장과의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제반 조치를 마련해 당국에 보고했다. 이 전 회장과 관련한 내부거래는 물론이고 최대주주 일가를 위한 지원 등이 모두 해당된다.

당장 이사회를 통한 경영상의 의사결정 등에서 이 전 회장의 입김이 제한되고, 계열사 간 거래에서도 최대주주 관련한 이해상충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서는 최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내부통제기준 등에 대한 방지장치를 마련하라고 하고 있다"면서 "관련한 조치들을 충분히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내부통제기준에서 이해상충을 관리하는 방법과 절차 등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2019년 횡령 혐의로 징역 3년형이 확정된 후 지난해 10월 만기 출소했다. 이후 사내이사 등 경영복귀는 하지 않았지만, 흥국생명과 흥국화재의 최고경영자(CEO) 교체 등 주요 인사가 이뤄지면서 이 전 회장의 실질적인 지배력이 행사되는 것으로 비춰졌다.

현재 이 전 회장의 공식적인 경영 복귀는 불가능하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집행이 끝난 날로부터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그럼에도 이 전 회장은 태광산업의 지분 29.48%를 소유한 최대주주이며, 흥국생명과 흥국증권의 지분을 각각 56.30%, 68.75% 가지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이들 회사를 통해 흥국화재, 고려저축은행, 예가람저축은행, 흥국자산운용 등을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흥국생명→흥국화재로 이어지는 보험계열사, 이 전 회장→흥국증권→흥국자산운용으로 이어지는 증권계열사, 이 전 회장→고려저축은행→예가람저축은행으로 구성된 저축은행 계열사로 나뉜다.

법적 제한으로 인해 이 전 회장이 직접적으로 이사회에 참여하거나 경영에 관여할 수는 없지만, 최대주주라는 지위를 활용해 경영에 관여할 수 있다. 이번 금융당국의 적격성 유지요건 불충족에 대한 조치명령으로 인해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흥국증권 등 금융 계열사에 대한 이 전 회장의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사회 결의 과정에서 내부통제기준 상 이해상충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는 지난 2월 신임 대표이사에 각각 임형준 대표와 임규준 대표를 각각 선임했다. 전임 CEO 임기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 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로 풀이됐다. 또한 올해 들어 흥국생명의 주요 경영진이 교체됐고, 흥국화재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성 불충분 조치로 인해 사실상의 경영복귀를 노리던 이 전 회장 입장에서 경영에 관여하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전했다.김현동기자 citizenk@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