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등록금 평균 676만원인데..새 정부서 올린다고요?"

김민제 2022. 5. 2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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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새 정부 국정과제 이행계획서 공개 뒤
'14년 등록금 억제' 빗장 풀릴까 우려
반값등록금 있다지만 수혜자 제한적
"지금도 1년 수업·1년 휴학 많은데.."
"대학 재정난, 학생 말고 정부 부담을"
반값등록금 운동본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예술대학생네트워크, 청년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과 대학생들이 2020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등록금 환불, 학자금 대출금리 인하, 학내 민주주의 강화 등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기마다 370만원가량을 등록금으로 내곤 합니다. 주변엔 등록금 부담 때문에 1년 수업을 듣고 1년 휴학하며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있고 아르바이트와 학업 외에는 개인 시간을 누리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어요. 상황이 이런데도 만약 등록금을 올린다면, 학교 재정난의 책임을 학생에게 손쉽게 떠넘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예리(21) 동덕여대 부총학생회장은 2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등록금 인상에 대한 우려를 털어놨다. 등록금 문제가 새삼 대학생들의 근심이 된 건, 윤석열 정부가 국가장학금Ⅱ유형 참여 요건 개정을 검토하기로 해서다. 등록금을 동결·인하해야 국가장학금Ⅱ유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이 연계 요건은 지난 14년간 등록금 인상을 사실상 억제해 온 강력한 지지대였다. 새 정부의 계획이 등록금 인상의 신호탄이 될까 우려스러운 이유다.

앞서 지난 11일 공개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를 보면,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국가장학금 Ⅱ유형과 연계한 등록금 동결 요건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국가장학금Ⅱ유형은 학생 직접 지원형인Ⅰ유형과 달리 대학의 자체 노력에 따라 지원 여부와 규모가 정해진다. 평균 등록금을 동결·인하하고 교내장학금을 유지·확충한 대학에게 지원되는데,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국가장학금Ⅱ유형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대통령실 쪽은 유출된 이행계획서는 최종본이 아닌 중간본이라고 밝혔으나, 최종본은 대외비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해당 요건이 대학의 등록금 인상을 방어하는 장치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대학가에선 벌써부터 윤 정부의 계획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김민정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 위원장은 <한겨레>에 “국가장학금Ⅱ유형 연계는 정부에서 그나마 통제하는, 대학 등록금 인상을 막을 마지막 보루”라며 “이것마저 풀어버리면 등록금은 올라가는 게 예정된 수순”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많은 대학에서 재정 운영에 관한 주요 의사결정을 법인이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등록금을 인상해 재정적 어려움의 책임을 학생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일부 언론에서는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이 완화된 것처럼 말하지만, 수혜 대상이 한정적이라 대부분의 학생들은 현재 등록금도 비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예리 부총학생회장은 “취업에 있어서 대학 졸업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에 누구나 배울 의지와 능력이 있다면 대학을 다닐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학을 나오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대학 교육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학교 법인도 재정적 부담을 져야 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학생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부분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인하하고 있는 지금도 대학생의 등록금 부담은 상당하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2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4년제 대학 194개교 중 96.9%가 등록금을 동결·인하했는데, 학생 1인이 연간 부담하는 평균 등록금은 676만3100원이었다. 연평균 등록금이 가장 높은 곳은 연세대로 915만2100원이다. 전대넷이 지난 3월15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전국 대학생 1901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36.7%가 ‘현재 등록금이 매우 비싸다’고, 34.4%는 ‘비싸다’고 답했다. 대학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 할 1~3위를 꼽아보라고 하자, 1위로 등록금 인하와 장학금 확대 등 재정 문제를 택한 학생이 전체의 50.4%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에 의존하는 대학의 재정 구조가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등록금 인상은 학령인구하고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대학의 불만해소는 되더라도 금방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며 “민간 부담을 늘리는 게 아니라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을 확대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 11일 보도자료에서도 “인수위 발표 내용에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 정부 책임성 강화와 재정 지원 확대를 통한 대학 등록금부담 해소 등 핵심 과제는 언급조차 안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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