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검사와 '양아치'

기자 2022. 5. 2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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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주필

야당 된 민주당 무책임·저품격

이재명 송영길 출마로 더 수렁

내로남불에서 양아치類 퇴행

性비위 겹치며 피로파괴 조짐

尹정권엔 법치 지상주의 위험

6·1 선거 뒤 창조적 파괴 관심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대면 격돌’ 몇 장면은 현 정권과 야당의 속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 때문인지, 한 장관과 고민정 의원의 15분 문답이나 청문회 설전 장면을 담은 수많은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고, 대표적인 것들은 수백만 뷰를 기록하고 있다. 공격수는 고 의원을 비롯해 최강욱 김남국 김용민 이수진 의원과 ‘위장 탈당’ 민형배 의원 등이다. 이들은 한 장관 낙마를 노렸지만, 이모(李某) 교수를 이모(姨母)로, 한국쓰리엠을 한 장관의 딸 한○○이라고 우기는 등 얄팍한 자질의 밑바닥만 고스란히 드러냈다.

한 장관은 “일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할 사람은 범죄자뿐” “(정치검사 출세는) 지난 3년 가장 심했다” “(지난 정부는)독직폭행한 검사를 승진시켰는데, 저는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것” “수사는 이름을 가려도 똑같아야 한다”는 명료한 표현과 논리로 역공했다. 얼핏 봐도 소신과 이념의 차이 이전에 실력과 품격의 격차가 너무 크다.

이런 강경파가 득세하면서 민주당은 날개 없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여론조사 추세만 봐도 알 수 있다. 근원적 문제는 ‘내로남불’이 ‘양아치’ 행태로 악성 진화하는 조짐이다. 지난 5년 동안 집권세력 체면 때문에 억지 논리라도 내놓고 국민을 설득하려 했는데, 이제 최소한의 책임감조차 털어버리고 언행을 멋대로 하려 든다. 심지어 문재인 정권 잘못으로 빚어진 경제·안보·민생 악재들에 대해 출범 열흘 남짓한 윤석열 정권 탓인 양 공격한다. 최강욱 의원이 2심에서도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자 고민정 등 의원 18명이 대법원에서 뒤집어달라는 취지의 성명을 냈다. 이에 진중권 전 교수가 “조폭보다 더하다”고 한 것은 통렬한 일침이다.

586 세대 용퇴를 주장해 놓고 서울시장 후보를 꿰찬 송영길 전 대표,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을 선거구를 물려받아 ‘방탄 출마’ 의혹을 자초한 이재명 전 대선 후보가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대선 패배 책임자들로서 백의종군하며 다른 후보들을 돕는 길을 택했더라면 동정 여론도 커졌을 것이다. 그런데 직접 출마하는 바람에 대장동·법인카드 등 패인이 고스란히 되살아나고, 민주당 선거 전략은 더 수렁에 빠져들게 됐다. 조직폭력배를 미화해선 안 되지만, 조폭은 대체로 자신이 감방에 가더라도 조직을 보호하려 한다. 양아치는 조직이 어떻게 되든 내 몫만 챙기자는 행태를 보인다.

민주당은 피로파괴(fatigue failure)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 됐다. 견고해 보이는 구조물일지라도, 크고 작은 타격이 계속되면 재료 피로 현상이 누적돼 어느 순간 작은 외력에도 무너진다. 5년 실정에 더해 조국·윤미향·안희정·박원순·오거돈 사태, 그리고 박완주 성범죄 의혹, 최강욱 ‘짤짤이’ 파문이 이어지면서 임계점에 도달했다.

야당의 이런 처지가 단기적으론 윤 정부에 도움이 되겠지만, 엘리트 권력자들의 집단 확신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멀리 보면 독(毒)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법 집행과 정치는 상극이라고 할 만큼 판이하다. 검찰총장이 사퇴 1년 남짓 만에 대통령이 된 것부터 정상이 아니다. 그런데 한동훈 차기론(論)까지 등장했다. 똑똑한 사람끼리의 집단사고는 더 치명적 사고(事故)를 부른다. 역사적으로도 참모로서 국가 체계를 바로 세우는 데 큰 기여를 한 ‘법치 천재’가 정치 지도자로는 실패한 사례가 더 많다. 가까이는 이탈리아 마니풀리테(깨끗한 손) 운동의 피에트로 검사가 있고, 멀리는 한비자·이사·상앙 등 법가(法家) 사상가들이 있다.

윤 대통령 주변에 그런 법치 지상주의가 어른거린다. 청와대에서 일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억지로 지켰다. 며칠 말미를 둬도 될 청와대 개방을 5월 10일 무조건 이행하기 위해 비품을 실은 트럭 50여 대를 대기시켰다가 0시 땡 순간에 진입시켰다. 신뢰 회복을 위해 성문 앞 나무 기둥을 옮긴 사람에게 거액을 준 이목지신(移木之信)을 닮았다. 그러나 정치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검사도 양아치도 정치 적임자들은 아니다. 그래도 현실적으로 정치의 두 축을 형성하고 있다. 누가 빨리 진정한 정치가로 탈바꿈하느냐에 승부가 갈린다. 6·1 선거 뒤 윤 정권은 여야까지 뛰어넘는 ‘파괴적 통합’, 민주당은 양아치 세력을 정리하는 ‘창조적 분열’이 필요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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