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국악 홀대' 논란과 교육부

오유신 기자 2022. 5. 23. 11:1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범 내려온다. 범 내려온다."

국악계에 따르면, 교육부가 이달 중순 공개한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시안'의 '성취 기준' 항목에 국악 관련 내용이 없다.

신영희 판소리 명창은 "국악 교육을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며 무형문화재를 반납하겠다고 했다.

이에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국악 관련 내용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유신 교육팀장

“범 내려온다. 범 내려온다.”

지난 2020년 5월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이날치 밴드의 흥겨운 노래와 춤이다. 한국관광 홍보 캠페인으로 제작된 영상으로 유튜브를 통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하다.

이 노래는 조선 후기 대표적인 판소리계 소설 ‘별주부전’에서 호랑이가 숲속 골짜기에서 나오는 대목을 재해석했다. 전통적인 판소리에 현대적인 팝 스타일을 조화시켰다는 대중적인 평가를 받았다. ‘조선의 DNA, 내 안의 K-흥’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그룹 이름 ‘이날치’ 역시 조선 후기 8명의 명창 중 한 명인 이날치(李捺治, 1820~1892)에서 따왔다.

당시 SNS에서는 ‘참신하다’, ‘국악의 새로운 멋을 봤다’ 등의 반응과 패러디 영상이 쏟아졌다. 이후 지난해 서산 머드축제를 소개한 ‘서산 머드 맥스’ 영상도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끌었다. 올해는 출항하는 어선과 선원들의 일상을 표현한 전남 여수 편 ‘가리비안의 해적’ 등을 선보인다고 한다.

지난 16일에는 장구와 바이올린 연주자로 구성된 듀오그룹 사위(SaaWee)의 국악 뮤직비디오 ‘새로운 의식’이 제5회 캘리포니아 뮤직비디오 어워즈 ‘베스트 월드 뮤직’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앞서 지난해 6월 ‘흑살풀이’라는 작품이 런던 인터내셔널 뮤직비디오 어워즈 ‘베스트 댄스 뮤직비디오’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글로벌 K-콘텐츠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던 국악계는 최근 ‘국악 홀대’라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음악과 교육과정 개정안 주요 항목에서 ‘국악’이란 표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국악계에 따르면, 교육부가 이달 중순 공개한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시안’의 ‘성취 기준’ 항목에 국악 관련 내용이 없다. 교육 목표를 의미하는 ‘성취 기준’은 학교 수업·평가와 교과서 편찬의 가이드라인이다. 현행 음악과 교육과정에서는 총 6개 항목의 국악 관련 내용이 ‘성취 기준’으로 명시돼 있는 것과 대비된다.

또 무엇을 가르칠지 한눈에 보여주는 ‘음악 요소와 개념 체계표’ 대신 해설로 국악 교육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요소 체계표와 성취 기준은 강제성을 띠지만, 성취 기준 해설은 강제 조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악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악인 출신 트로트 가수 송가인은 “조금이라도 인기가 있을 때 할 말은 해야겠다”며 국악 교육의 중요성을 호소했다. 신영희 판소리 명창은 “국악 교육을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며 무형문화재를 반납하겠다고 했다.

이에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국악 관련 내용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향후 시안 개발 2차 연구와 공개 토론회,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에서 학계 및 현장 교원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했다.

현재 초중고 음악 교과서에서 국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40% 정도다. 국악계의 요구는 이를 더 늘려달라는 게 아니다. 우리의 문화를 학교가 아니면 어디서 배우겠냐는 간절함이 전부다.

2022 개정 교육 과정은 올해 말 확정된다. 국악을 포함한 우리 음악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개발하기를 교육부에 바란다.

[오유신 교육팀장]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