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K-무비, 과거엔 客이었는데.. 이제 정말 칸의 일원"

안진용 기자 2022. 5. 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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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사진부터 시계 방향으로) 영화 ‘헌트’로 제75회 칸국제영화제를 찾은 배우 정우성(가운데 사진 왼쪽)과 이정재가 21일(현지시간) 포즈를 취했다. 미국 할리우드 리포터는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칸에 처음 입성했던 2004년을 떠올렸고, 박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는 대형 광고판에 등장했다. 또한 외신들은 한국 영화들을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 한국영화 달라진 위상…칸 국제영화제 중심에 서다

‘헌트’ 이정재·정우성 집중조명

구름떼 인파·하루 40회 인터뷰

영화제 초반 韓 영화 전면배치

‘헤어질 결심’·‘브로커’도 관심

‘한국영화의 밤’도 흥행 대성공

외신 “K-무비, 반전 일으킬 것”

칸(프랑스) = 글·사진 안진용 기자

“칸의 일원이 된 느낌입니다.”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2008) 이후 14년 만에 영화 ‘헌트’의 주인공으로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배우 정우성의 이 한마디는 세계적 영화제 속 달라진 한국 영화의 위상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헌트’의 감독 겸 배우 자격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은 이정재와 정우성의 일거수일투족을 비롯해 경쟁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의 ‘브로커’ 등은 지난 17일(현지시간) 개막한 칸국제영화제를 취재하는 외신을 비롯해 칸을 찾은 시네필(Cinephile)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2020년 팬데믹 이후 파행을 겪던 칸국제영화제는 3년 만에 ‘5월의 칸’으로 부활하면서 한국 영화들을 전면배치했다.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받은 ‘헌트’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의 후광을 등에 업은 이정재를 앞세워 이번 영화제의 전반부를 책임졌다. 니스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그가 가는 곳마다 구름떼같은 인파가 몰렸다. 19일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을 통해 ‘헌트’가 공식 상영된 후 뤼미에르 극장에 모인 3000여 명의 관객은 7분여간 기립박수를 보냈다. 21일에는 현지 취재 온 국내 매체와 만난 후 40개가 넘는 외신 인터뷰를 소화했다. 정우성은 이날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칸에서 주인처럼 대해줘도 주인처럼 즐길 순 없었다. 객(客)처럼 한 발 떨어져 볼 수밖에 없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달라진 위상을 체감한다. 칸에 초대된 일원이 된 것 같다.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배우인 이정재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그가 와서 칸이 좋은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주말이 지난 후 23일부터 시작되는 칸의 후반부는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가 배턴을 이어받는다. 영화제 VIP들이 묵는 마제스틱 호텔의 대형 광고판에 나란히 걸린 두 영화는 각각 23, 26일 뤼미에르 극장에서 상영된 후 24, 27일 공식 기자회견을 갖는다. ‘깐느 박’이라는 별명을 가진 칸의 단골손님인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고레에다 감독과 박찬욱·봉준호의 페르소나라 불렸던 송강호가 만난 ‘브로커’를 향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관심은 외신 보도를 통해 증명됐다. 영화제 기간 중 데일리 매거진을 발행하는 매체들은 앞다투어 ‘메이드 인 코리아’ 작품들을 조명하고 있다. 영국 스크린 데일리는 개막 첫째 날과 둘째 날인 17, 18일 ‘헤어질 결심’을 연이어 표지로 다뤘다. 미국 할리우드 리포터는 개막 5일 차 매거진을 내며 2004년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출세작 ‘올드보이’를 다시 거론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칸영화제의 지도에 한국을 새겨넣다’(Park Chan-wook’s Oldboy Put Korea on Cannes’ Map)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이 영화를 밑거름 삼아, 유럽은 아시아 영화에 점차 관심을 갖게 됐다”고 그 의미를 되짚었다. 미국 버라이어티와 스크린은 각각 사흘 차, 나흘 차 매거진에서 각각 ‘브로커’와 ‘헌트’를 커버스토리로 배치했다.

버라이어티는 팬데믹의 여파로 크게 위축된 한국 영화 시장 전면을 분석한 기사를 게재하며 “2019년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과 함께 크게 성장한 한국 영화시장은 팬데믹으로 인해 타격을 받았으나 ‘헤어질 결심’ ‘브로커’ ‘헌트’ 등 칸영화제 초청을 받은 작품들이 긍정적인 반전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영화를 향한 기대감은 21일 칸의 한 행사장에서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주최한 ‘한국영화의 밤’의 흥행으로 입증됐다. 팬데믹 이후 영진위가 3년 만에 칸에서 주최한 오프라인 행사에는 크리스티앙 쥰 칸영화제 부집행위원장과 허문영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국내외 영화 관계자들을 비롯해 칸국제영화제를 찾은 전 세계 영화인 500여 명이 모여 회포를 풀었다. 영진위가 이 파티에서 제공한 한국의 컵라면은 백미였다. 샴페인 잔을 들고 스탠딩 파티를 즐기던 이들은 컵라면으로 속을 달랜 후 숙소로 돌아갔다. 행사장 문을 나서는 이들에게 영진위는 ‘오징어게임’ 속 달고나를 담은 원형 은색통 하나씩을 선물했다. 한국 영화를 향한 지속적 관심을 촉구하는 맞춤형 서비스였다.

‘헌트’ 공식 행사뿐만 아니라 한국영화의 밤에 참석한 이정재는 “수많은 인파가 다시 극장에 모여 함께 영화를 보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감격스럽다. 특히 한국 영화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이 달라졌음을 느낀다”면서 “하지만 이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첫걸음일 뿐”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한국영화의 밤에서는 지난 7일 유명을 달리한 강수연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들 모두가 묵념의 시간을 가진 후 그가 출연했던 영화 ‘씨받이’ ‘아제아제바라아제’ 등으로 엮은 추모 필름이 상영됐다. 영진위는 ‘강수연은 베니스와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고 부산영화제를 이끌기도 했던 한국 영화계의 선구자였다’는 영어 자막으로 그를 기억하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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