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플라스틱 세상

이한영 ㈜ 숨비 대표이사 / 대덕대학교 겸임교수 2022. 5. 2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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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영 ㈜ 숨비 대표이사·대덕대학교 겸임교수

걸출한 싱어송라이터 한영애의 '말도 안돼'라는 노래를 들어보면 '플라스틱 세상 풍선만 불어대네'라는 노래구절이 나온다. '플라스틱'은 '인스턴트'와 함께 세상의 참을 수 없는 가치의 가벼움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하지만 플라스틱의 출발은 꽤 친환경적인 목적으로 출발하였다. 지금은 당구가 대중화되었지만 19세기 당구는 신사 스포츠로서 미국 상류사회에서 매우 유행하였다. 당시 당구공은 코끼리의 상아로 만들어졌는데 당구의 인기가 올라갈수록 코끼리가 남획되어 그 수가 줄었다.

코끼리수의 급감으로 당구공을 만들 상아가 비싸지자 당구공 제조업체들은 그 대용품을 찾기 위해 1만 달러의 상금을 내걸었고, 1869년 당시 인쇄공이었던 존 하이엇은 여러 가지 실험 끝에 최초의 천연수지 플라스틱인 셀룰로이드 당구공 만들기에 성공하였다. 이것이 플라스틱의 기원이다.

인류의 역사를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로 구분한다면 20세기부터는 플라스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플라스틱 없이는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부분의 현대 문명을 포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첨단 제품 스마트폰, 노트북, 모니터, 자동차, 비행기 등은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는 제조할 수가 없다.

이렇게 우리 인류 문명을 바꾼 플라스틱이 현재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취급받고 있다. 그 이유는 플라스틱의 특성 때문이다. 플라스틱은 다른 물질과 다르게 분해속도가 매우 느리다. 플라스틱의 종류와 분해되는 환경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분해되는데 적게는 수십년에서 많게는 수백,수천년이 걸리기도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빛이 없는 곳에서는 영원히 분해되지 않을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결과도 있다.

최근 코로나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온라인 쇼핑과 배달음식이 급격히 늘어났고 이 때문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포장재 및 일회용 용기가 모두 플라스틱 쓰레기가 되었다. 대한민국은 1인당 연간 플라스틱 포장재 소비량이 67.4kg으로 벨기에에 이어 글로벌 2위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플라스틱 소비대국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이 시작된 이후, 우리 국민은 평균 2.3일당 한 개의 마스크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고 이를 일일기준으로 추산하면 하루 2,000만개의 마스크가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로 인한 이런 개인 방역장비와 택배포장 그리고 배달음식 용기로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플라스틱 팬데믹'이 올지도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물리적 분해과정에서 잘게 쪼개져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을 발생시키는데, 이는 물과 토양에 존재하다가 먹이사슬을 통해 우리 몸속 혈관까지 들어와 우리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미세플라스틱은 기후변화와 함께 심각한 환경문제의 두 축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개인과 시민단체 그리고 기업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개선점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행정적 노력이 필요하다. 환경은 정치적 중요도에서 보면 경제, 복지, 안보 등의 이슈보다 뒤로 밀려질 수밖에 없다. 오늘 우리의 먹고 사는 문제가 내일 짊어질 부담보다 더 시급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우리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풍선만 불어대는 정치가 아닌 정책에 근간을 둔 행정으로 미래의 재앙을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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