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의 미래]⑦ "상상력 불러일으키는 서촌..조화로운 발전이 중요"-백영란 역사책방 대표

허미담 2022. 5.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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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통의동에서 역사책방 문을 연 백영란 대표는 서촌을 '역사적 의미가 담겨있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서쪽에 자리하고 있는 서촌은 북촌과 비교해 조금 더 소박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과거 조선시대 양반들이 모여 살던 북촌과는 달리 서촌은 의관이나 역관 등 중인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기 때문이다.

--서촌에는 경복궁을 비롯해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 장소도 많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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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곳곳에 역사적 의미 담긴 장소 많아
발전 방향에 대해 지역 주민들과 의견 나눠야
역사가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구도심 돼야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2018년 5월 통의동에서 역사책방 문을 연 백영란 대표는 서촌을 '역사적 의미가 담겨있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서쪽에 자리하고 있는 서촌은 북촌과 비교해 조금 더 소박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여기에는 역사적인 이유가 숨어있다. 과거 조선시대 양반들이 모여 살던 북촌과는 달리 서촌은 의관이나 역관 등 중인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기 때문이다.

또 서촌은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 근대화가 이중섭과 이상범, 시인 윤동주와 이상 등 근대 문화예술의 주역들이 활동했던 지역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서촌 골목 구석구석에는 이들의 흔적이 숨어 있다. 지난 17일 서촌에서 만난 백 대표는 "서촌 곳곳에 깃든 역사를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면서 "역사가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구도심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백영란 역사책방 대표. 사진제공=역사책방.

--원래 다른 동네에 거주하다가 서촌에 정착한 걸로 안다. 서촌이 다른 도심과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가.

▶(백영란) 광진구 광장동에서 쭉 살다가 2년 전쯤 서촌으로 주거지를 옮겼다. 요즘 도심 어디를 가든 간판 천지다. 하지만 서촌은 서촌만의 고즈넉한 매력이 있다. 상업적인 동네가 아니라는 뜻이다. 촌스럽게 표현해보자면 '유럽풍 분위기'가 나는 동네라고 할 수 있다. 삐까뻔쩍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지저분하지도 않은, 남다른 분위기를 가진 동네다.

또 산책하기도 좋다. 작은 골목길이 곳곳에 있고, 고궁도 있다 보니 걸어 다니며 이곳저곳 구경하기 적합하다. 특히 고궁에서 북악산을 바라보며 걷다 보면 마치 왕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서촌은 북촌과도 느낌이 다르다. 북촌은 한옥으로 유명하지만, 서촌은 한옥이 그다지 많지 않다. 서촌은 1970~1980년대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서촌에는 경복궁을 비롯해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 장소도 많지 않나.

▶서촌 곳곳에 역사가 담겨 있다. 이런 역사성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서촌은 세종이 태어난 곳이다. 그렇다 보니 어떤 분들은 세종이 매일 지나갔던 길이라고 상상하면서 이 거리를 걷곤 한다. 또 창의궁 터 근처에는 추사 김정희가 살았던 곳이 있다. 이런 역사적인 의미가 담긴 공간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곳은 옛날에 어떤 공간이었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백영란 역사책방 대표. 사진제공=역사책방.

--최근 청와대 개방 이후 서촌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진 것 같다. 이런 관심을 체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상업적으로 들뜨게 된 것 같다. 상업적 열기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우려스러운 지점들이 있다. 예를 들어 임차인인 제 입장에서는 임대료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또 이런 열기가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되면 동네에 되레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세우고 높은 건물을 짓는 쪽으로 서촌을 개발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선 반대 입장이다. 이곳의 분위기와 어울리지도 않을뿐더러 서촌만의 차별점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곳은 고층 건물을 짓기 적합한 동네는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식의 발전을 하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

▶저뿐만 아니라 이곳 주민들 모두 서촌 발전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고 있다. 청와대뿐만 아니라 청와대 부속건물들도 많지 않나. 주민들은 이 부지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 어떤 주민은 앵커 시설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또 다른 주민은 사람이 사는 동네인 만큼 거주 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의견을 가진 주민들과 지속해서 소통하면서 조화롭게 발전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요점은 서촌만의 분위기가 유지되면서 발전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촌만의 분위기가 유지돼야 한다는 뜻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서촌 자체가 역사를 담고 있는 곳이다. 건물, 집터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도 역사를 찾을 수 있다. 그 역사는 조선 시대부터 근현대사까지 포함된다. 역사 자체를 떠올릴 수 있는 공간으로 서촌이 개발됐으면 좋겠다. 역사가 살아숨쉬는 아름다운 구도심으로 보존 및 개발을 하면 좋겠다는 거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역사책방 외부 전경. 사진제공=역사책방.

--청와대 개방과 함께 높아진 서촌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일 것으로 보는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가.

▶청와대 개방에 대한 관심은 일시적일 것이다. 청와대의 계획된 개방이 아니다 보니 관심은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 관광객들이 식당 등을 많이 방문하고는 있지만, 이 호황은 일시적이라고 본다. 결국 서촌에 대한 장기적인 관심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청와대 개방이 필요한 게 아니라 서촌이라는 지역 전체에 대해 역사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의 개발이 필요하다. 청와대와 그 부속건물이 남긴 공간 자체를 어떻게 개발할 것이냐도 또 다른 과제다.

--끝으로 서촌의 미래를 예상해본다면.

▶서촌은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좋아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지역 자체가 워낙 좁기 때문에 뻔했던 것도 있다. 저 같은 경우 이 지역에 있는 건물을 거의 다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청와대가 이전하면서 빈터도 많아졌고 발전 가능성도 커졌다. 빈터를 어떻게 개발하느냐에 따라 동네가 굉장히 달라질 수 있다. 이 거리가 문화예술의 거리가 될 수도 있고, 넓게는 서촌 자체가 문화예술의 동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느낄 수 없었고 볼 수 없었던 동네가 될 수 있다. 서울시 내지는 정부와 협업해 서촌의 미래에 대해 논의를 나눌 필요성이 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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