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국가경쟁력..미래차 전환, 여기서 실패할 수 없다"

대담=진상현 산업1부장, 정리=정한결 기자, 정리=이태성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2022. 5. 23.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머투초대석] 나승식 한국자동차연구원장
나승식 한국자동차연구원 원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자국 자동차 브랜드가 있는 국가가 내연기관차로 보면 한국·미국·이탈리아·독일·프랑스·스웨덴·일본 등 몇 안 됩니다. 자동차 산업은 국가경쟁력과 직결되죠. 그래서 많은 국가들이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기술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한국도 제조업의 10분의 1, 수출의 10분의 1을 자동차가 담당합니다. 우리가 여기서 실패하면 안 됩니다."

한국 자동차업계가 중대한 전환기를 맞았다. 글로벌 완성차업계와 각국 정부는 오는 2030~2040년까지 내연기관차의 종식을 선언하며 전기차 전환을 약속했다. 완성차업계는 물론, 전장업체·부품업체 등 관련 생태계가 생존을 위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자생력 확보를 목표로 1990년 설립된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은 전기차 전환기를 맞아 연구·정책수립 지원·상담 등을 통해 자동차업계를 지원하는 임무를 맡았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반도체·친환경차를 위한 연구소도 각각 신설하는 등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자연은 국내 유일의 자동차 종합연구기관으로 임직원 680여명 중 연구원만 600명이다.

나승식 한자연 원장을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한자연 집무실에서 만나 자동차 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었다. 나 원장은 지난 2월 취임해 임기 100일을 넘겼다. 행정고시 36회로 산업통상자원부 등에서 산업·통상·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정책 전문가다.

나승식 한국자동차연구원 원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취임 100일이 지났다. 소회가 어떤가.
▶취임 직후부터 현대자동차·기아 같은 완성차업체, 현대모비스 등 중소·중견 부품업체만이 아니라 SW·서비스 등 미래차 관련 기업을 일주일에 두 곳씩 방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에 있으면서 수출 규모를 숫자로만 봤는데 현장에서 체감하니까 숫자로만 보던 것과는 다르더라. 자동차 분야가 범위도 넓고 변화속도가 빠르니까 굉장히 주의 깊게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업들이 현장에서 어떤 부탁을 했나.
▶제일 궁금해 하는 것은 '전기차로 바뀐다는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지'다. 부품업체만이 아니라 현대차 같은 큰 기업도 고민이 많다. 기존에 자동차 산업과 연관이 없던 소위 '빅테크 기업'도 진출해 산업의 변화가 크다. 완성차업계도 방향을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방향을 말씀했는데 한자연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는 무엇인가.
▶자동차 변화의 흐름에 맞는 역량이 필요하다. 한자연은 인공지능(AI) 쪽에 SW·반도체 역량을 강화하는 부서도 신설했고 수소·전기 등 미래차 부분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또 하나 큰 게 인력 부분이다. 전환 과정에서 인력이 어떤 직무 역량을 가져야 하는지, 또 그것이 정부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력 공급체계는 어떻게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하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가.
▶ 2015년 전기차 전환을 정책적으로 지원할 때 세운 목표를 사실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추세는 상당히 빠르다. (산업부에서) 처음 담당했을 때 더디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당시 논란이던 가격·주행거리·충전속도·내구성·차체 문제도 상당부분 해소가 됐다. 전기차 충전소도 공용, 민간을 포함해 10만개가 넘고 주행거리도 큰 논란이 없다.

-그렇다면 미래차에 필요한 핵심 역량은 무엇인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는 반도체 등 전자 부품을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쓰게 된다. 단순히 쓰는 걸 넘어 효율을 높이고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반도체 공급과 운영체제, MCU(마이크로컨트롤러)·ECU(전자제어장치) 등에 대한 경쟁력이 필요하다. 또 서비스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미래차 부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과거에는 차를 팔면 하드웨어의 영업이익을 따졌지만 테슬라는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돈받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데이터가 생명이다.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 뒤 차량 개발에 써야 하는데 엄청난 컴퓨팅 파워와 네트워킹이 필요하다. 공교롭게도 이를 모두 잘하는 회사가 바로 테슬라다.

-'난공불락' 테슬라를 한국기업이 이길 수 있다고 보나.
▶'현대차가 테슬라를 이길 것이냐'보다는 '향후 미래차 경쟁이 어떻게 되느냐'를 봐야 한다. 테슬라·구글·애플·소니 등 IT 기업들이 어떻게 할지 주목해야 한다. 기존 자동차업계는 역사적으로 보면 GM·포드는 100년이 넘고 현대차도 만만찮다. 그동안 축적된 기술이나 노하우, 경험이라는 것이 경쟁력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다만 문제는 그것이 내연기관 중심이고 새로 등장한 기업들은 전통적 자동차업체와 비교해 미래차의 핵심 요소인 소프트웨어·전동화에 대한 접근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 완성차업계도 노력은 하고 있는데 더 필요한 부분이 어디라고 보나.
▶지금 제일 아쉬운 곳이 SW와 AI다. 내연기관 부품의 국산화율은 95% 이상이지만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경우 38%로 선진국보다 크게 미흡하다. 차량에 들어가는 MCU·ECU도 설계 능력이 있어야 만드는데 이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와 동일하게 어렵다. 만들 수 있어야 엔비디아·인텔이 될 수 있다. 영국 반도체 설계전문기업인 ARM 같은 기업이 우리도 필요하다. 현대차는 이미 그쪽(SW·AI)에 가장 집중하고 있고 한자연도 그렇다.

-소프트웨어 인력수급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전에도 어려웠지만 갈수록 어렵고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는 더욱 아쉽다. 절대적인 인력충원이 필요하고 역량을 갖춘 인재들을 양적·질적으로 속도감있게 길러내야 한다. 정부도 노력하고 있지만 예상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과감하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

나승식 한국자동차연구원 원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는 부품 수가 내연기관차보다 통상 1만~1만8000개 준다. 그동안 부품 여러개를 붙였다면 이제는 하나의 큰 부품으로 모듈화해 그 수가 더욱 극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이에 따라 부품업체 숫자가 줄고 대형화되면서 관련 산업 고용도 줄어들 우려가 있다. 공유경제 문제도 있다. 현재는 자동차를 24시간 중에 평균 1~2시간 밖에 안 쓴다. 우리집이냐 회사 차고냐, 주차하는 장소의 차이다. 그러나 공유서비스는 차량의 이용률을 높인다. 공유차량 서비스가 확대되면 개인이 소유하는 완성차(자가용) 생산·판매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고용 불안으로 노사 갈등 증폭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데 해법은 무엇이 있나.
▶부품의 수나 형태가 바뀌고 모듈화되고 완성차의 판매대수가 줄어든다고 가정하면 자동차 기업이나 업계 종사자들은 어떻게 될까. 전동화 등 미래차 산업 전환이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되는 상황에서 아직 내연기관차 중심으로 생각하는데 노사가 같은 방향을 봐야 한다. 공감대를 통해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전기차 전환은 우리가 '한다, 안한다'해서 안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대한 문제다.

-반도체난 등 공급난으로 인한 국내 업계의 피해도 컸다.
▶공급난으로 어려운 건 사실 완성차업체가 아닌 부품업체다. 글로벌 공급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업계의 85% 이상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다. 비교적 규모가 큰 외부 감사 대상 부품업체 556개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3.4%, 중소업체들의 경우 1%대까지 떨어졌다.

-해결책이 있다고 보나.
▶새 시장·기술에 적응하려면 자금이 필요한데 국내 업체들은 그만큼 규모가 되는 곳이 많지 않아 불안해한다. 업체들의 기술력은 낮은데 경쟁은 치열하다면 해당 산업은 기업에 어려운 환경이다. 고유기술을 찾기 위해 기업이 고민하는데 금융·세제지원 등을 검토해야 한다. 결국 부품업체들의 경쟁력이 올라가야 완성차의 품질이 높아진다.

-끝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자동차는 제조업의 꽃이다. 여기서 기술력이 확보돼야 다른 곳에도 영향을 준다. 내연기관을 보면 자국 자동차 브랜드 있는 나라가 몇 곳 없다.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분야로 자동차가 제조업의 10분의1, 수출의 10분의1을 차지한다. 여기서 실패하면 안 된다. 우리기업이 적응도 잘하고 특정 분야에서는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관련기사]☞ 이찬원 "장윤정 덕분에 몸값 125배 올랐다...언제나 회장님"윤종신 딸 라임, 슈퍼모델 비율 자랑…"14살 맞아?"여성 혼자 탄 차에 다가온 남성…지퍼 내리고 15분간 침입시도[영상][더영상]5억원 별장 파도에 '와르르'…132명 사망 中여객기 '고의 추락'[더영상] 차 몰고 아내 식당 돌진한 남편...달리는 화물차서 떨어진 나무
대담=진상현 산업1부장 jisa@mt.co.kr, 정리=정한결 기자 hanj@mt.co.kr, 정리=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