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 인정 안 하면? "1천가지 권리에서 소외시키는 것"

최윤아 2022. 5. 2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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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대만이 동성결혼법을 만들었고, 일본도 일부 지방정부가 '동성 파트너십 조례'를 제정해, 파트너를 배우자에 준하게 승인해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31개 나라, 47개 지역에서 동성 결혼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이와 관련한 제도나 법률을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포럼에는 박한희 변호사를 비롯해 마이클 애그너 주한 미국 대사관 1등 서기관, 최재준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증권부대표, 최준용 연세대 세브란스 감염내과 교수가 발제자로 나와 △동성결혼 법제화가 이뤄진 국가 사례 △민간 기업에서 동성 부부에 대한 사내 복지제도 적용 실태 등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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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동성결혼 법제화와 관련해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유독 한국은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대만이 동성결혼법을 만들었고, 일본도 일부 지방정부가 ‘동성 파트너십 조례’를 제정해, 파트너를 배우자에 준하게 승인해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31개 나라, 47개 지역에서 동성 결혼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이와 관련한 제도나 법률을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전경련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동성결혼과 파트너십의 제도화’를 주제로 한 포럼에서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가 말했다. 이 포럼은 성소수자 인권단체 ‘신나는센터’가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아이다호 데이)을 앞두고 마련한 ‘프라이드 갈라’(인권 향상에 기여한 인물·단체에 시상하는 행사) 사전 행사였다. 포럼에는 박한희 변호사를 비롯해 마이클 애그너 주한 미국 대사관 1등 서기관, 최재준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증권부대표, 최준용 연세대 세브란스 감염내과 교수가 발제자로 나와 △동성결혼 법제화가 이뤄진 국가 사례 △민간 기업에서 동성 부부에 대한 사내 복지제도 적용 실태 등을 발표했다.

박 변호사는 대만·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동성결혼 법제화와 관련해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한국은 이런 흐름에 뒤처졌다고 지적했다. 일본 삿포로 지방법원은 지난해 3월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박 변호사는 “해당 판결의 근거가 된 조항은 일본 헌법 14조로, ‘모든 인간은 법 아래 평등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같은 조항은 우리 헌법 11조에도 명시돼 있다”고 짚었다. 동성결혼 법제화의 길이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11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대만·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동성결혼 법제화와 관련해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유독 한국은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박 변호사는 이어 “2015년 미국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가가 결혼을 승인함과 동시에 상속, 재산분할, 소득공제, 의료보험 등 1천가지의 권리가 발생한다고 한다. 거꾸로 말하면 동성 커플은 이 1천가지 권리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얘기”라며 “동성혼 법제화는 권리의 확장이지, 기존 권리를 무너뜨리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동성커플에도 마일리지 합산 제도를 적용한 대한항공 △가족수당, 경조사 유급 휴가 등 각종 복지제도를 동성 커플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한 민주노총 모범 단체협상 표준안 등을 소개하며 민간에서 이런 사례가 늘어나면 법과 제도를 바꾸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재준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증권부대표는 성소수자, 동성 커플을 차별하지 않는 자사의 포용적 복지제도를 소개했다. 최 대표는 “(골드만삭스는) 사내 복지제도의 성별 표시를 모두 없앰으로써 동성혼이나 파트너십에 대해서 최소한의 정보만 알려도 회사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다”며 “(골드만삭스 지사가 있는) 나라마다 법 제도 자체는 다를 수 있지만, 우리 회사는 이로 인한 차이가 생기면 우리 복지제도로 이를 메꾼다. 어떤 ‘성’의 파트너여도 회사에 등록만 하면 배우자 관계에서 생기는 사내 복지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2년 골드만삭스의 당시 최고경영자(CEO)이자 현재 수석 회장인 로이드 블랭크페인은 성소수자의 평등한 결혼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바 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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