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몇 억 선거보전금 때문에 벌이는 보수 교육감 후보들의 추태
6·1 지방선거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중도·보수 진영은 4명이 후보로 등록해 뛰고 있다. 예상대로 조전혁·박선영·조영달 등 세 후보 인지도가 엇비슷해 표가 갈리고 있다. 진보 진영도 3명이 출마했지만 조희연 현 교육감이 ‘현직 프리미엄’을 가져 사실상 단일화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대로 선거를 치르면 보수 후보들은 필패가 자명하다. 그런데 단일화는 이미 물 건너간 분위기다. 단일화 효과를 높이려면 투표용지 인쇄 전인 19일까지 결론을 내야 했지만 22일까지 후보 간 회동이나 협상 등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오히려 후보들이 ‘나 아니면 안 된다’며 같은 진영 상대를 비방하는 추태로 치닫고 있다. 조전혁 후보는 “조영달 후보는 보수 진영에 혼란을 주는 ‘트로이 목마’ 같은 위험한 후보”라며 “그와 단일화는 이제 접겠다”고 했다. 단일화 무산에 책임이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는 조영달 후보는 단일화를 촉구하는 삭발을 했다. 조전혁·조영달 후보 간 대화 내용이 유출됐고, 이 대화에서 ‘미친 X’이라는 욕설이 나온 것이 알려지자 “인간 말종” 같은 막말 반응까지 등장했다. 2014·2018년에 이어 또다시 진보 성향의 조희연 현 교육감에게 승리를 헌납할 분위기다.
이들의 관심은 이제 승리보다 선거보전을 받을 수 있는 비율을 득표하느냐에 쏠려 있는 것 같다. 선거에서 10~15%를 득표하면 선거비용 절반을, 15% 이상 득표하면 전액을 보전받을 수 있다. 지난 2018년 선거 때 교육감 후보자의 평균 지출액은 11억여원이었다. 그런데 후보를 사퇴하면 그 시점까지 쓴 돈을 보전받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단일화는 더 멀어지는 구조다. 보수 세 후보 모두 저마다 ‘15% 이상 득표’는 자신하고 있다고 한다. 단일화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자신들도 알 것이다. 그런데도 몇억원의 선거보전비 때문에 보수 후보끼리 진흙탕 싸움을 한다. 이들 욕심 때문에 또 한 차례 희생될 학생들만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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