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13] 멸종의 노래
2021년 연말, 호주의 음원 차트에선 이상한 앨범이 등장하여 단숨에 Top5에 진입했다. 마이클 부블레와 머라이어 캐리의 크리스마스 캐럴 앨범을 제친 이 앨범엔 사람의 소리는 없었다. ‘버드라이프 오스트레일리아’가 만든 이 음원은 호주 내 멸종 위기에 처한 52종의 새소리가 담겨 있었다.
‘멸종의 노래’라 명명된 이 앨범은 야생동물 음향 전문가인 데이비드 스튜어트가 30년 이상 수집한 야생의 소리로, 야생동물의 소리만 담긴 앨범으로는 차트 5위 안에 들어간 최초의 앨범이라는 기록을 남긴다.
기후 위기와 대규모 산림 화재로 호주의 조류 1299종 중에서 216종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찰스 다윈대학 조사팀은 분석했다.
지금부터 30여 년 전 캘리포니아 말리부에 사는 주부 수전 텔럼과 남편 마셜 톰슨은 비영리 거북이 보호단체 ATR을 설립하고 위험에 처한 거북이를 구조하여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시작했다. 이들이 세계인들에게 거북이 보호 캠페인을 꾸준히 벌였고 마침내 2000년 5월 23일 여러 국가의 환경 및 동물 보호단체의 동조에 힘입어 이날을 ‘세계 거북이의 날’로 지정한다.
지금 추세라면 학자들은 앞으로 50년 안에 거북이가 멸종할 것으로 본다. 민담과 설화의 주인공이기도 한 이 동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은 너무 많다. 해양과 해안 생태계의 파괴, 무차별 선망어업, 일부 국가에서 이루어지는 식용 소비 – 그러나 ATR이 가장 강조하는 사업은 거북이를 애완동물로 거래하는 일을 막는 것이다.
이들이 살기 위해선 생각보다 까다로운 환경이 필요한데 일반 가정에서 그런 것들이 가능할 리 없다. 그리고 성장한 거북이는 더 이상 애완의 대상이 아니므로 버려진다. 인간의 관심과 사랑이 그들의 멸종을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새소리로만 이루어진 앨범 ‘멸종의 노래’엔 당연히 가사가 없다. 아니다. 단지 우리 인간이 못 알아들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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