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사계
[경향신문]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 나비 담장 위에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흰 구름 솜 구름 탐스러운 애기 구름/ 짧은 셔츠 짧은 치마 뜨거운 여름/ 소금 땀 비지땀 흐르고 또 흘러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최근 도심을 지나다가 한 대기업 노조의 농성장과 맞닥뜨렸다. “남들 다 가는 여름휴가 가고 싶다”라는 플래카드 구호가 충격적이었다. 봄바람이 불고 꽃들이 둘러 핀 그날, 여름휴가를 가고 싶다는 노동자들이 아직 거기 있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사계’는 야근과 철야를 밥 먹듯 하던 시대에 만들어졌다. 1977년 서울대 자연대에 입학했던 이 노래의 작사·작곡자 문승현은 이듬해 정치학과로 재입학해서 노래패 메아리의 일원이 됐다. ‘사계’는 그가 졸업과 함께 만든 노래모임 새벽이 제작한 노래극 <부설학교>의 삽입곡이었다. 청계피복노조 전태일의 희생 이후로도 끝나지 않은, 계절도 잊은 여공의 쳇바퀴 도는 노동현장을 빠른 템포에 담은 노래였다.
노래가 빛을 본 건 1989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 2집>에 수록되면서였다. ‘따로 또 같이’의 나동민이 프로듀서로, 권진원과 안치환 등이 참여한 이 앨범은 소위 대박이 났다. 80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방송 출연도 없이 KBS 2TV <가요톱10>에서 3위에 올랐다. 앨범으로 발매되기 이전에도 수록곡인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광야에서’ 등과 함께 6월항쟁과 노동운동 현장에서 꾸준히 불린 덕분이었다.
2008년 갑자기 세상을 떠난 거북이(본명 임성훈)가 2001년 발표한 데뷔앨범에서 이 노래를 힙합 버전으로 리메이크해서 불렀다. 이 때문에 젊은층에도 노래가 담고 있는 무게감과는 별도로 익숙한 곡이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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