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73> 서긍의 '고려도경' 읽다 생각난 청파 조병곤 어른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2022. 5. 2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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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산 차는 맛이 쓰고 떫어서 입에 댈 수가 없다.

(연회에서)시중드는 사람이 "차를 다 돌렸습니다"고 말한 뒤에야 차를 마실 수 있었으니, 식은 차를 마시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차의 탄닌 성분이 공기와 접합해 쓰고 떫은맛으로 변했다.

그 덕분에 차의 맛이 획기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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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산 차는 쓰고 떫어 입에 댈 수가 없다

- 土産茶味苦澁不可入口·토산차미고삽불가입구

(고려)토산 차는 맛이 쓰고 떫어서 입에 댈 수가 없다. … (연회에서)시중드는 사람이 “차를 다 돌렸습니다”고 말한 뒤에야 차를 마실 수 있었으니, 식은 차를 마시지 않은 적이 없었다.… 매일 세 차례씩 차를 맛보는데, 이어 탕을 낸다.

土産茶味苦澁不可入口, … 候贊者云: “茶遍!” 乃得飮, 未嘗不飮冷茶矣. … 日嘗三供茶, 而繼之以湯.(토산차미고삽불가입구, … 후찬자운: “다편!” 내득음, 미상불음랭다의. … 일상삼공차, 이계지이탕.)

위 문장은 1123년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이 고려에 사신으로 왔다가 귀국한 뒤 편찬한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 제32권 다조(茶俎)에 나오는 내용 중 일부이다. 고려인들은 백차를 선호하여 단차류인 가루차를 마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차를 마시는 법은 차사발에 가루차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뒤 격불(擊拂), 즉 차 숟가락(차솔)을 빠르게 움직여 다화(茶花·차 거품)를 피워내는 점다(點茶)였다.

서긍은 차를 바로 마시지 않고 의례 절차상 늦게 마셨다. 그러다 보니 차의 탄닌 성분이 공기와 접합해 쓰고 떫은맛으로 변했다. 뜨거운 상태에서 차를 마셔야 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아 쓰고 떫은 차를 마셨다. ‘고려도경’의 이러한 내용을 읽다 보니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 차의 본향이라고 불리는 하동 화개에 지금의 덖음차를 소개한 청파 조병곤 어른이다. 그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지만, 중국에서 차 만드는 일을 하다 1940년대 쌍계사에 들어와 ‘손 덖음차(手製茶)’를 화개지역에 처음 전파했다 한다. 그 덕분에 차의 맛이 획기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필자의 조부인 노곡(蘆谷) 조차백(趙且伯·1890~1963) 어른이 현 대구 달성 논공에서 해마다 봄에 쌍계사에 오시어 한 해 동안 식구들이 마실 차를 만들어 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필자의 부친인 조길남 시인의 시집 ‘영원의 기록’에 실린 시 ‘함조차(咸趙茶)’에 “아버님께서 해마다 하동 쌍계사 쪽에 일꾼 데리고 가셨다가/ 만들어 오시어 한 해 동안 마셨던 녹차, 함조차(咸趙茶)/ … 어릴 때부터 아버님 앞에 앉아 함께 차를 마시며 …”라는 내용이 있다. 조부님께서 함께 찻잎을 덖어 만드시던 분이 청파 어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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