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마당] 강원특별자치로 동아시아 스위스시대를 열자

안성호 2022. 5. 2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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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성호 세종·제주 자치분권균형발전 특별위원장 (전 한국행정연구원장)

지난 5월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강원특별자치도 특별법안’을 의결했다. 이어 곧 열리게 될 국회 본회의에서 특별법안이 통과되면, 강원도는 제주도와 세종시에 이어 세 번째 특별자치 지방정부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강원특별자치도 특별법 제정은 홀대와 소외의 변방 강원도가 한반도의 동아시아 스위스시대를 선도하는 평화와 번영의 중심지로 거듭나는 기회의 창이다.

참여정부 시절 필자는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포르투갈의 외딴 섬 마데이라를 방문했다. 1976년 특별자치를 인정받기 전 포르투갈에서 가장 가난했던 마데이라는 30여 년 동안 꾸준히 특별자치권을 확보하며 경제를 일구어 수도 리스본 다음으로 부유한 지역으로 발전했다. 2005년 2월 현지에서 만난 7선의 알베르토 자르뎅 주지사는 “특별자치 없는 오늘의 마데이라 성공을 생각할 수 없다”라고 단언했다. 리스본에서 만난 리스본과기대 주 빌힘 교수는 마데이라 특별자치를 ‘암실에 낸 큰 창문’으로 비유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암실 속 씨앗이 움트기 위해 햇볕과 바람이 통하는 창문이 필요하듯, 마데이라의 잠재력이 발현되기 위해 특별자치가 필요했다” 아울러 현장조사는 주지사의 변혁적 리더십이 마데이라 특별자치를 성공시킨 핵심 요인임을 확인시켜 줬다.

2006년 7월 1일 참여정부는 1340건의 특별자치권을 부여한 제주특별자치도를 출범시켰다. 이후 역대 정부는 6차례에 걸쳐 4660건의 중앙행정권한을 제주에 이양했다. 필자는 최근 연구에서 제주특별자치 15년을 경제성장의 성취와 함께 삶의 질 악화를 초래한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했다. 특별자치 15년 동안 제주의 인구 증가율은 전국 평균의 2.1배였고, 제주의 지역내총생산(GRDP) 증가율은 전국 평균의 1.3배였다. 지방세 징수액 증가율은 전국 평균의 2.2배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제주의 지방재정자립도는 26.4%나 상승하여 전국 평균 4.7% 하락과 크게 대비되었다. 관광객은 3배,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무려 26배나 늘었는데, 이는 양날의 칼이었다. 특히 무분별한 저가 관광과 중국인 부동산 투기자본의 급증은 경제성장과 함께 제주주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 주범이었다.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고, 하루 생활폐기물 배출량 증가율은 전국 평균의 2배에 달했다. 2019년 인구 1000명당 범죄 발생 건수는 39건으로 전국 평균보다 9건 많았고,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건수는 669건으로 전국 평균 444건보다 225건 많았다. 이밖에 난개발, 자연녹지와 경관의 훼손, 해수 오염, 공동체 이완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제주특별자치가 이처럼 명암이 교차하는 절반의 성공에 머문 까닭은 제도의 미비, 특별자치권의 부실한 활용, 풀뿌리 민주주의 실종, 무엇보다 특별자치에 대한 이해 부족과 리더십의 한계 때문이다.

제주의 특별자치 경험이 강원특별자치에 시사하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방선거 직후 전문가와 각계 대표로 ‘강원특별자치50년위원회’(이하 위원회로 약칭)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둘째, 위원회는 강원특별자치 50년의 청사진과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 이때 특별자치로 기적을 일군 스위스의 심장 취리히 캔톤을 중점 벤치마킹한다. 강원도 인구규모인 155만 명의 취리히 캔톤은 스위스를 교육 강국과 기업 강국으로 만든 파워 하우스다. 셋째, 위원회는 5월 26일 제정될 특별법이 강원특별자치의 대강만 규정하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 6개월 이내에 제1차 특별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넷째, 강원특별자치의 성공은 ‘강한 민주주의 발전철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천의지 및 리더십 역량을 갖춘 도지사의 변혁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는 대망의 강원특별자치도를 이끌 리더를 선택하는 중대한 선거다.

부디 강원도가 이 호기를 놓치지 말고 한반도에서 동아시아의 스위스시대를 선도하며 평화와 번영의 중심지로 도약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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