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정상회담 결산] 13조 통큰 투자 '정의선의 승부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이틀 연속으로 총 13조원에 이르는 깜짝 투자발표를 해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정 회장은 미국 모빌리티 시장 공략과 바이든 미국 정부의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연이은 깜짝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2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면담한 자리에서 영어 연설에서 "미국에 진출한지 40년이 된 기업으로, 단기간에 큰 성공을 거뒀지만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기간 동안 미국 지역에 13조원 이상의 통 큰 투자 계획을 밝히고, 미래 신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것이다. 정 회장은 "조지아주에 들어설 새로운 전기차 전용공장은 미국 고객들을 위한 높은 품질의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라며 "미국 자동차산업의 리더로 도약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날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에 55억4000만 달러(7조원)를 투자해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을 짓기로 했으며, 이날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로보틱스,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에 50억 달러(6조3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총 투자금액은 105억 달러(13조3000억원) 이상으로, 작년 3월 제시한 74억 달러(8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크게 뛰어 넘는다.
정 회장은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미 정부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 대응에 나서고, 동시에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대한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미국서 판매되는 차량의 50%를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그·수소차로만 채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이날 대규모 투자에 대한 발표를 놓고 바이든 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두고 준비한 '깜짝 선물'로 보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을 거래처와 투자 확대 발판으로 삼으면서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경제 부양 정책 등과 관련한 세제 등 행정적인 지원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미래 신사업 투자를 다각도로 진행해 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1조원가량에 인수하며 로보틱스 사업 강화에 나섰고, UAM 사업의 경우 현지 법인 '슈퍼널'을 설립을 통해 기체 개발·제조·운영 등 사업화 모델을 개발 중에 있다. 2020년에는 미 앱티브와 2조4000억원씩 투자해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했으며, 이달엔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를 활용한 자율주행 음식 배달 서비스를 개시했다.
정 회장은 작년 6월 미국 출자에서 모셔널과 보스턴 다이내믹스 본사를 직접 방문하고 미래 모빌리티사업을 직접 점검하며 현지 신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대규모를 투자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국내 부품사들의 수출 활로 확장 등 '제2의 앨라배마 효과'를 재현한다는 목표다.
현대차·기아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양사의 작년 국내 고용 규모는 10만7500여명으로 미 앨라배마공장(2005년)이 가동되기 직전인 2004년보다 25.8% 증가했다. 또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부품사의 미국 수출액은 같은 기간 11억7500만 달러에서 69억1200만 달러로 6배 이상 확대됐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국내 전기차 분야에 2030년까지 21조원을 투자하고, 글로벌 전체 생산량의 45%(144만대)를 국내서 생산하기로 하는 등 국내-해외를 아우르는 미래 신사업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완성차·신사업 관련 해외현지 투자는 국내 광범위한 연관산업의 성장은 물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며 "이번 신사업 투자가 이뤄지면 미국뿐 아니라 한국 생태계에도 긍정 효과를 미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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