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섭 칼럼] 구글 갑질, 법도 무력화하나

2022. 5. 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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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섭 ICT과학부장

"세계 최초로 법까지 만들었지만, 정작 구글의 폭정에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 ICT(정보통신기술) 업계가 글로벌 빅테크인 구글, 애플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갑질행위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구글이 자사 앱스토어인 '플레이스토어'에서 결제를 강제하는, 이른바 인앱결제가 지난달부터 본격 가동되면서 국내 ICT 벤처, 특히 스타트업들이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구글이 내달부터 인앱결제를 준수하지 않은 앱 개발업체들은 플레이스토어에서 아예 탈퇴시키겠다고 실력행사에 나서면서 사태는 더 험악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인앱결제란 앱에서 유료 콘텐츠를 구매할 때 앱마켓 사업자가 개발한 내부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을 뜻한다.

플레이스토어에서의 이탈은 구글, 애플이 양분하고 있는 모바일 생태계에서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구글은 모바일 OS(운영체계)인 안드로이드로 전 세계 모바일 플랫폼 시장의 70% 이상을 독식하고 있다. 인앱결제가 불공정하다고 판단된다면 주저없이 자신들의 생태계에서 빠지라는 것인데, 세계 모바일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빅테크의 일방적인 폭거가 아닐 수 없다.

구글은 인앱결제 강제로 사실상 거의 모든 앱 개발업체들에 15~30%의 수수료를 부과하게 된다. 기존 30%의 수수료를 부과해온 게임업계 뿐만 아니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웹툰 등 대부분의 콘텐츠 업계가 구글의 수수료 먹이사슬에 편입된다.

구글 인앱결제 강제의 횡포는 이미 국내 인터넷, 콘텐츠업계로 도미노처럼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된 OTT 업체들이 이미 15%의 요금인상을 단행했다. MZ세대에 필수 앱이 된 음원, 웹툰 업계도 결국 6월 최종 시한을 앞두고 요금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특히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에 반대해온 카카오가 결국 백기를 든 것이 뼈아프다. 카카오웹툰은 결국 지난 19일 구글 안드로이드 앱내 캐시 가격을 1000원에서 1200원으로 20%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구글 인앱결제로 오른 수수료를 이용자들에게 전가한 것이다. 구글의 인앱결제가 국내 인터넷, 콘텐츠 업계 전체의 요금인상으로 이어지고 결국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전 국민에 요금부담으로 강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구글은 전 세계 모바일 플랫폼 시장을 독점하면서 매년 막대한 규모의 수익을 챙겨왔다. 구글이 국내에서만 연간 수조 원대에 달하는 수익을 챙겨가고 있고, 여기에 이번 인앱결제 강제조치로 수수료 수입이 증가하면서 연간 4100억원이 넘는 수익을 더 챙겨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세계 모바일, 인터넷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거대 빅테크의 횡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에 맞서, 국내에서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구글, 애플 등 특정 앱 장터 운영자가 자가 앱 결제만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한,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처리한 바 있다. 여기에 관련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부처도 전방위 압박을 예고했다.

그러나 법보다 주먹이 더 강하다고 했던가. 불공정 갑질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법과 규율, 그리고 이를 집행하는 규제권한이 작동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구글의 강압적인 조치에 우리 기업과 국민들이 속절없이 당하고만 있다.

구글의 데드라인을 앞두고 백기를 드는 기업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를 차단하기 위한 법이 마련되고, 불공정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정부, 정치권의 약속에 혹시나 하고 기대를 모았던 업계의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구글, 애플 등을 상대로 본격적인 실태점검에 나선다고 한다.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업체들이 이미 구글의 강제에 승복해 요금인상을 단행한 상황에서 너무 늦은 대처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들에 할테면 해 보란 듯이 탈법적이고 불공정한 갑질을 이어가고 있는 구글에 제대로 된 시그널을 보내야 할 때다.

최경섭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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