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우의 바람]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한겨레 2022. 5. 22.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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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년 전, 7개의 거신병이 동원된 세계대전이 일어난다.

그리고 바람계곡의 리더인 나우시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의 배경이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가 마치 코로나 시국을 예언한 것 같다는 블로그를 읽고 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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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우의 바람]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스틸컷.

손석우 |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1천년 전, 7개의 거신병이 동원된 세계대전이 일어난다. 핵무기를 닮은 거대한 병사 거신병은 고작 7일 만에 세상을 폐허로 만들고 만다. 그렇게 인류는 멸종위기를 맞는다.

파괴된 세상은 곰팡이와 곤충들이 지배한다. 특히 곰팡이는 독성을 가진 포자들을 퍼뜨리며 그들만의 세상인 ‘부해’를 만든다. 독성은 강력해서 부해 근처를 이동한다면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중독되어 죽음에 이른다.

부해에서 살 수 있는 생명체는 곤충밖에 없다. 반딧불이나 딱정벌레 같은 조그맣고 귀여운 곤충이 아니다. 집채만한 곤충들이다. 그중 가장 거대한 곤충 ‘오무’는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온라인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기억하는가. 오무는 프로토스 종족의 ‘리버’를 닮았다(사실은 리버가 오무를 닮았다). 느릿느릿 기어 다니지만 테란의 정예 요원 마린에게는 가장 무서운 존재인 리버. 그렇게 오무는 살아남은 인간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다.

곤충들은 평소에는 매우 온순하다. 그러나 만약 공격을 받는다면 혹은 누군가에게 영역을 침범당한다면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행여 인간들이 곤충을 자극할 때면, 가차 없이 모든 것을 파괴해버린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부해에서 멀리 떨어져 곤충들을 피해 살아갈 수밖에 없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할까. 바로 부해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람계곡의 사람들이다. 바람계곡은 강한 바람이 불어 곰팡이가 침투하지 못하는 곳이다. 그리고 바람계곡의 리더인 나우시카. 그리스 신화에서 따온 이름이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를 구해주는 인물이자 아름다운 소녀로 묘사된다. 현명하고 적극적인 여성이다.

나우시카는 바람을 다룰 줄 아는 유일한 인물이다. 마스크를 쓰고 부해를 자유자재로 비행한다. 그리고 자연과 대화할 수 있는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부해와 오무가 파괴된 자연을 회복하는 데 온 힘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배경이다. 1984년 개봉한 애니메이션을 대학에 입학하던 해 뒤늦게 관람했다. 흐린 영상의 애니메이션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결코 청소년을 위한 애니메이션이 아니었다. 손그림 애니메이션의 친숙함과 <미래 소년 코난>의 라나를 닮은 여주인공 때문만은 아니었다. 1980년대 냉전시대를 관통하는 철학 때문이었다. 그리고 당시 많은 대학생의 관심사였던 환경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었다.

며칠 전 잊고 있던 애니메이션을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마치 코로나 시국을 예언한 것 같다는 블로그를 읽고 난 뒤였다.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곰팡이는 코로나바이러스를 닮았다. 제어가 불가능한 곰팡이 독을 피해 쓰는 가죽마스크는 어쩌면 코로나 시대의 마스크와 같다. 애니메이션은 자연과 화해로 끝난다. 물론 그 방식은 다소 의문스럽지만, 자연을 거스르기보다는 자연과 함께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성공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한다. <모노노케 히메>, <이웃집 토토로>, 그리고 역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제작한 ‘지브리’는 사하라사막에서 부는 열풍을 가리키는 리비아어 ‘기블리’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일본식 발음이다. 이제는 이탈리아 자동차 마세라티의 기블리로 더 잘 알려진 사막의 바람. 애니메이션 업계에 선풍을 일으키자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부해의 사막에서 사람들을 지켜낸 바람계곡의 바람을 뜻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스토리와 결말이 궁금하다면 온전한 관람을 추천한다. 그리고 자연 혹은 코로나와의 화해를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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