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글살이] "힘 빼"

한겨레 2022. 5. 22. 18:5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합기도(aikido) 선생님은 몸의 신통방통함을 간단한 실험으로 보여주곤 한다.

몸의 어느 한 곳에 힘을 주기보다는 몸 전체가 하나의 기계가 되어야 한다.

풍선은 바람이 빠지면 순식간에 쪼그라들지만, 몸은 힘을 빼도 쪼그라들지 않는다.

몸에 힘을 빼면 말에도 힘을 뺄 수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말글살이]

게티이미지뱅크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합기도(aikido) 선생님은 몸의 신통방통함을 간단한 실험으로 보여주곤 한다. 숨을 들이쉬는 사람을 손으로 밀면 쉽게 뒤로 밀리지만, 내쉴 때 밀면 잘 밀리지 않는다(해보시라!). 몸무게는 변함없건만, 숨을 내뱉기만 해도 몸이 묵직해진다. 모든 수련은 경직된 힘을 빼는 과정, ‘비움’의 연습이다. 몸의 어느 한 곳에 힘을 주기보다는 몸 전체가 하나의 기계가 되어야 한다.

우리말은 힘을 마치 보이는 대상처럼 표현한다. 힘은 어딘가에 존재하며(있다, 없다), 생성하며(나다, 솟다), 사용과 변형을 거듭한다(쓰다, 들다, 주다, 받다, 합하다). 모든 생명은 자기 존재를 유지하려고 기를 쓴다. 숟가락 들 힘이든 타인에 대한 지배력이든, 인간은 힘을 획득하고 과시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죽음은 힘의 상실이자 기운의 소멸(역설적이게도 주검은 딱딱하게 굳어 있다).

풍선은 바람이 빠지면 순식간에 쪼그라들지만, 몸은 힘을 빼도 쪼그라들지 않는다. ‘탈진’, ‘맥 풀림’, ‘축 처짐’과 다르다. 그릇이 속이 비어도 그대로이듯이, 자신의 형태를 유지한다. 허리가 펴지고 등이 곧추선다. 힘 빼기는 내 뼈에 끈덕지게 눌어붙어 있는 독기를 떼어내고, 깃털의 깃대처럼 뼈를 공백으로 전환시키는 일. 비움이야말로 거짓 힘을 가로지르는 진짜 힘이다. 몸에 힘을 빼면 말에도 힘을 뺄 수 있다. 그러니 헛심 쓰지 말고 ‘힘 빼!’

(*힘 빼면 얻는 효과: 1. 멀리 넓게 볼 수 있음. 2. 순발력이 생김. 3. 용쓰는 자를 알아볼 수 있으니, 노골적 힘이 난무하는 이 삼류 무림세계도 그냥저냥 살아낼 수 있음.)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