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련 부처 '중구난방'.. 이민행정 중복·사각 심각

박진영 2022. 5. 2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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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청 설립 논의 재점화
한동훈 장관, 취임사 통해 역설
"법무부 주도 선진시스템 구축"
국내 체류 외국인 200만 넘는데
컨트롤타워 없이 12개 부처 제각각
2004년부터 '독립 조직' 공론화
외국인정책 5개년 2022년 짜 '적기'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지난 20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인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법무부 제공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이민청’ 설립 검토를 언급하며 법무부 숙원 사업인 이민청 설립을 위한 정부 차원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국내 체류 외국인이 200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이민정책 주무 부처 부재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컨트롤타워 설립을 통한 이민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동훈 장관은 지난 17일 취임사에서 “이민청 설립 검토를 포함해 이민정책을 수준 높게 추진해 나갈 체제를 갖춰 나가자”고 천명했다. 사흘 뒤인 20일 제15회 세계인의 날 기념식에서도 “선진화된 이민법제와 시스템을 구축해 우리 사회와 지역 경제에 동력이 될 수 있는 우수인재를 유치하고, 적재적소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외국인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역설했다.

22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해마다 늘어 2019년 252만4656명으로 정점을 찍고, 이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203만6075명으로 감소했다.

법무부 차원의 이민청 설립 논의는 강금실 전 장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법무부는 2004년 초 출입국관리국(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전신)을 이민청으로 외청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07년엔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제정·시행으로 국무총리 소속 외국인정책위원회가 꾸려졌다. 위원회는 국경·출입국 관리, 국적 부여 및 이민자 사회 통합 정책을 포괄하는 외국인정책을 심의·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이민정책을 관장하는 주무 부처가 없어 생기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독립된 상위 조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이민정책학회장인 문병기 한국방송통신대 교수(행정학)는 “이민 행정에 관여하는 중앙 부처가 12개 정도 되고 정책 대상을 따로따로 하다 보니, 정책의 유사·중복과 사각지대가 심각하다”며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해 혜택을 보는 이민자들이 있는 반면, 철저하게 소외된 이민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일례로 이민자 지원의 경우 교육은 교육부가, 복지는 보건복지부가, 정착 지원은 행정안전부와 지자체들이 쪼개거나 중복되게 하고 있다. 문 교수는 “(외국인들을) 이민자로 보면 한 덩어리인데 보는 시각에 따라 주무 부처가 다 달라지는 것”이라며 “외국인정책위는 통제가 안 되고 부처들 간 상호 협조도 안 한다”고 덧붙였다.
20일 이민·외국인 정책의 미래 방향을 주제로 열린 한국이민행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도 이민청처럼 통합된 이민정책 추진 기구와 부처들 간 협력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집중 논의됐다.

전문가들은 법무부가 이민정책 주무 부처가 돼야 한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법무부는 1∼3차 5개년 외국인정책 기본계획 수립·시행을 주도하는 등 2007년부터 15년간 외국인정책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인구구조 변화와 맞물린 이민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대부분 외국인정책은 외국인이 본국으로 돌아간다는 개념으로 설계돼 있다”며 “젊고 교육받고 기술도 있는 외국인들을 우리 국민으로 적극 받아들이는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올해는 새로 출범한 윤석열정부가 제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2023∼2027년)을 짜야 하는 시기란 점에서 이민정책 전환을 이룰 적기다. 특히 한국 사회에선 ‘이민은 오는 것이 아닌 가는 것’이란 인식이 강한데, 이민(Immigration)이 국제 이주를 뜻하는 용어임을 감안해 ‘외국인정책’이란 명칭도 ‘이민정책’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영희 이민정책연구원 연구교육실장은 “우리 사회가 활력을 잃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려면 이민정책이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이민정책은 결코 외국인 지원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조 실장은 “이민정책 목표는 사회 통합 그 이후, 즉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면서 “이민자들이 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권리와 의무를 다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이민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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